영화 보고 잠 못 드는 이유(더파더)

봄날의 산책길에서 만난 영화

by 달삣


여러 개의 거울에 나 자신을 비춰본 적이 있다.


컷팅된 거울 속에 비친 나는 거울 하나하나 나이지만 또 새로운 타인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광화문 씨네 큐브에서 더 파더 영화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밤늦도록 잠이 오질 않았다


먼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85세 앤서니 홉킨스의 몰입도 강한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 영화는 관객이 마치 치매환자가 된듯한 착각의 늪속으로 빠지게 한다.


치매환자의 깨어진 기억의 파편들이 여기저기 튀어서 퍼즐같이 맞추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퍼즐 조각은 하나도 맞지가 않고 관속 같은 벽속에서 헤매는데 주인공이 탈출할 곳은 이제 하나 인걸 보면 어떤 스릴러보다 섬뜩했다.


앤서니 홉킨스 하면 양들의 침묵 한니발 영화 등에서 고정적인 스릴러 주인공 연기를 잘했는데 이 영화야 말로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 섬뜩하다고 느껴졌다.


도대체 어떤 기억이 진짜인 걸까 보는 내내 내가 치매환자가 되는 양 혼란스러웠다.

치매야 말로 자신을 잊어버리니 얼마나 무서운 병인가 새삼 느껴졌다.


내가 보고 들은 것이 다 와해되고 뒤죽박죽 되어 반복 재생되고 자신도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걸 잃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줄거리는 딸과 사위가 치매 아버지를 요양원에 입소시키기까지의 과정이기도 하는데 어쩌면 요양원에서 입소 전의 상황을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딸 사위 간병인 요양사의 인물이 한 덩어리의 찰흙처럼 뒤엉켜있다. 누가 누군지 구분도 안되고 과거 현재의 시점도 뒤엉켜있어서 카오스같이 혼란스러워 주인공이 고통을 느끼니 관객들 중에는 불쌍하다고 흐느끼는 이도 있었다.


마지막에 딸이 말한다. 치매 아버지에게 '아빠 애기'라고, 어린아이가 된 치매 아빠는 엄마를 찾고 요양사는 옷 갈아 입고 산책을 나가자고 하며 "화창한 날은 얼마 되지 않아요"하며 영화는 끝을 낸다.


영화 속에 음악이 전체적인 화면에 위로를 준다. 보는 내내 삽입곡인 음악이 참 좋았다


영화에 나오는 '마리아 칼라스의 정결한 여신'과 '비제의 진주조개 잡이' 삽입곡이 너무 좋아서 다시 음악을 크게 듣고 싶어 LP판이 있는 커피집을 찾기로 했다.


영화가 끝나고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일행과 비엔나커피와 아이스 콜드 블루 커피를 시키고 신청곡으로 두곡을 LP판으로 다시 들어봤는데 영화의 장면이 다시금 떠올랐다.


오월의 대학로는 마로니에 가로수가 초록 초록하고 빨간색 신호등 앞 횡단보도에는 계절을 건너는 사람들이 서있다.


저속에 스릴러물 양들의 침묵의 살인마 렉터 한니발이 마지막 장면에 감옥에서 탈출하여 사람들의 인파 속에 섞인 앤서니 홉킨스가 횡단보도 앞에 서있을 것만 같았다.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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