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나무

사는 맛 레시피 (가마솥 더위 맛)

by 달삣

삼 년 전 여름

가마솥 더위로 쪄죽이네 태워 죽이네 할 정로 더운 적이 있었다. 아파트 뒤로 작은 숲이 있는데 그 여름에 뒷산에 사는 동물들이 한 곳에 모인 적이 있었다.


마치 아파트 화재가 났을 때 사람들이 안전지대라고 여긴 아파트 베란다로 모이듯 말이다.


숲 속의 가장 평평하다고 생각한 곳에는 그늘이 짙었다. 숨을 헐떡이는 들고양이 비둘기 까치 가끔 보이는 꿩 다람쥐 청설모 서로 견제도 하지 않은 체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나는 숲 속에 양산 쓰고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었다. 휴대폰을 가지고 가질 않아서 사진 찍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숲을 바라보니 너무 평온해 보였다. 에어컨 켜고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며 아까 장면을 생각했다.


자연재해의 극한 상황에선 모두 약자인 것이다.

햇볕은 폭포수처럼 내리쬘 때는 서로가 그늘이 되어야만 한다는 걸 느꼈다.


햇볕은 여전히 세게 나뭇잎을 때리고 있었는데 유독 키가 큰 한 나무가 그늘이 없어서 그런지 여름 땡볕을 고스란히 받았다.


조화롭게 녹음 짙은 그늘에서 피신하고 있던 동물들과 대조적으로 홀로 매를 맞고 있는 듯했다.

매미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장마 오고 가을이 왔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그 여름에 나무가 죽었다는 것을 겨울이 오고 눈이 나무에 쌓이고 나뭇가지에 까마귀 떼가 앉아 있다가 눈을 털고 날아갔다.


그다음 해 봄이 와도

화양연화 만화방창 노래해도

그 나무는 나무 가지에 싹이 나지 않았다.


그다음 해도 싹이 나지 않았다.


또 그다음 해도 싹이 나지 않는다.


겨울 지나면 썩은 나무는 밑둥지가 썩어서 봄이 되면 나무 등걸이'쿵'하고 쓸어지는데

이나무는 몇 년째 쓸어지질 않는다.


나는 이나무를 좀비 나무로 부른다.

무엇이 이나무를 못 쉬게 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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