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아파트 계단 오르기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운동하려고 폼 잡는데 주위에서

" 자네 운동 좀 해야 쓰겠어" 하고 기다렸다는 듯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김새듯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내가 선택해야 흥이 나는데 남이 시켜서 억지로 하게 되면 하기가 싫은 것이 사람 심리 다. 하지만 요즘 긍정의 심리로 전환해서 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경험을 하고 있다.


늘 계단운동을 시작해야지 하고 맘먹고는 하는데 습관이 된 몸은 매번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게 맞지, 계단 운동은 내일부터 하지 뭐" 하고는 했다.


그런데 삼복더위에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일이 생겨버렸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통째로 교체하는 작업이 있어서 아파트 주민들이 등산 아닌 등산을 하게 되었다.


일 년 전부터 공지를 한 사항이지만 매번 미루다가 요번 여름에 진짜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를 할 줄이야.


20층까지 있는 20년 된 아파트라서 그동안 잦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말썽이 많았었다.


교체 공사는 한 달 정도 일정이 잡혀있다.


그 바람에 주민들끼리는 안면이 생기고 배낭에 장 봐가지고 계단을 오르면 내려오는 분들이 등산하며 내려올 때 올라오는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다.


" 힘내세요 수고하십니다"

" 네 천천히 내려가세요"


하며 서로 힘든 걸 위로하는데 사람들에게는 측은지심이 있기 때문이다.


첫날 계단을 오를 때는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삼층마다 쉬라고 내놓은 의자에 앉아 있다가 다시 오르고는 했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무표정 이웃들이 아닌 표정 있는 이웃들을 만나게 되면서 1층부터 16층까지가 계단 골목이 되어 버렸다.


우리 아파트에 발 다친 사람이 그렇게 많았나 할 싶을 정도로 목발을 짚고 내려가는 사람도 몇 있고 세 살 아가들도 짧은 다리로 찬찬히 내려간다.


노인들도 간간히 숨을 몰아쉬면서 잘 오르락하신다.


내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간은 한가한 시간이라 학생이나 젊은 출퇴근 하는 이웃은 만나기가 어렵다.


하루는 마트에서 장 본걸 배낭에 메고 올라가는데 몇 주 전 애착 토끼 인형 때문에 서로 다투던 꼬꼬마들이 파란 애착 토끼를 끼고 올라간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오호 3층에 사는구나'


5층 할머니가 "뭘 그렇게 많이 사 와요" 하며 아는 사람처럼 친근하게 말을 거신다.


8층에 다다르니 목발 짚은 아저씨 한분이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옆으로 비켜섰다.


기다리면서 보니 8층 아파트 문 앞에 내놓은 토마토 화분에 방울토마토가 실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11층에 도달하니 엘리베이터 공사하는 아저씨들에게 미숫가루를 타주는 11층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아저씨들이 "감사합니다. 시원하네요"하고 인사를 하며 땀을 닦는다.


그냥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이다.

13층은 원불교를 믿는지 원불교 스티커가 붙어있다.


드디어 우리 집 16층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배낭을 내 팽개치고 그냥 거실 바닥에 쓰러져 에어컨 켜고 땀을 식힌다.


시작이 이라고 이젠 얼마 공사기간이 남지 않았지만 그동안 너무 편한 것에만 길들여 있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처음에는 다리에 힘도 풀리고 중간중간 쉬었는데 점점 다리에 힘이 생기 나보다. 이젠 한 번에 쉬지 않고 오르락 내리락한다.


엎어진 김에 제사 지내고

일부러라도 계단 운동도 하는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말이 있듯이 이참에 다이어트하고 활력을 찾아야지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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