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반지가 왜 거기서 나와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아 반지가 여기 있었네"


건망증으로 어디에 뒀는지 생각 안 나는 핸드폰을 냉장고 속에서 찾았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냉장고속에서 잃어버린 반지를 찾았다는 소리가 이야기가 될 줄 몰랐다.


말복 때 잃어버린 애착 반지를 처서가 되어서야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야채 서랍 칸에서 찾은 것이다.

온 집안을 다 뒤집어 찾아도 안 나오던 반지여서 인연이 다했나 하고 생각을 접고 있었던 반지였다.


그리스 에게해 색의 청파랑 물빛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페르시안 고양이 블루아이 색도 연상하게 하는 아이올렛 반지였다.


TV 미우새에서 임원희가 돌돌이라는 돌을 키우는데 밀짚모자도 씌워주고 늘 애착하는 돌인 것 같은데 잃어버려 허망해하는 장면이 나왔다.


누구나 애정이 가는 물건은 하나쯤 있을듯한데 잃어버리고 나면 허전함은 말도 못 한다. 그 맘이 이해가 됐었다.


올여름은 정말 정신 나가게 더웠다. 끼고 있던 반지 조차 더워서 걸 치적 거렸는지 이손 가락 저 손가락 옮겨 끼다가 잃어버린 것이다.


더위 먹은 탓에 애착 반지를 잃어버리고는 한동안 반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처서가 되니 모든 집 나간 것들이 돌아오듯 정신이 돌아와서 밀렸던 집안 구석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냉장고부터 청소하기로 하고서는 커피 한잔과 크루아상과 천도복숭아를 먹고 냉장고 위칸서부터 알코올을 뿌려가며 정리를 시작해나갔다.


냉장고 위칸에는 밑반찬이 별로 없었으므로 수월했는데 김치냉장고는 여름내 먹었던 물김치 오이지 짠 지류 등이 첩첩이 싸여서 다 꺼내어서 작은 통으로 옮겨 담으며 성에 제거도 했다.


냉장고 야채실에도 복숭아 참외 과일과 감자 무 호박 당근 등 뿌리채소와 버섯 상추 청경채 파프리카 등이 검은 봉지 채로 조금씩 남아 있어서 다 꺼내어서 정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야채가 담긴 서랍 칸을 정리하다가 무에 박힐 듯이 얌전히 있는 잃어버렸던 아이올렛 반지를 발견했다.


" 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아마 냉국수 해 먹으려고 오이를 꺼내려다가 새끼손가락에 헐렁하게 꼈던 반지가 빠져 들어간듯하다. 그것도 모르고 국수 삶은 물 헹굴 때 잃어버린 줄 알고 음식물 쓰레기통만 몇 번이나 뒤적거렸고 장롱 밑 호주머니 소파 밑 등 샅샅이 확인했었다.


마치 여름에 집나 갔던 아이를 발견하듯 반가웠다. 찾고 나니 빙그레 웃음을 띠며 재밌는 상상을 해봤다.


이 반지도 더위에 지쳐서 내 몸에서 빠져나가려고 계속 덜그럭 거렸고 마침내 '야호'하며 냉장고 속에 뛰어들어 피서라도 즐기고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더울 때는 냉장고 속에 얼굴을 들이대고 식혔던 기억도 나는데 나의 일부가 여름을 식히고 처서에 나에게 다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뭔가가 꼬여있을 때는 주위에 엉켜있는 듯한 공간을 청소하면 뭔가가 풀리는것다.


" 애착 반지 이제 어디 가지 마라 알긋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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