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샀지만, 삶은 여전히 공사 중입니다

10년 차 전세 유목민의 내 집 마련기&마음 개조기

by 고쳐 쓰는 이작가

"축하해! 드디어 서울 입성했네!"

주변의 반응은 뜨겁다. 마치 ‘서울 자가 보유자’라는 신분 상승의 훈장이라도 단 것 같은 대우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틈만 나면 ‘서울과 비서울’, ‘유주택자와 무주택자’로 나뉜 계급론을 들이밀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 든다.


사실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무리해서 서울을 택한 건, 혹시 집값이 떨어져도 서울은 방파제처럼 버텨줄 것이라는 막연하고도 절박한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등기권리증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현실은 청구서처럼 날아왔다. 남편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돈은 계속 나가는데 손에 쥔 건 없는 기분이라 오히려 더 가난해진 것 같다고.


틀린 말이 아니었다. 사는 곳이 서울로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의 생활 수준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수억 원의 대출금이 숨통을 조여왔다. ‘서울 자가’라는 타이틀은 번듯했지만, 통장은 매달 마이너스를 향해 질주했다. 둘이 벌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흔들릴 것 같은 가계 앞에서, 나는 오늘도 쫓기듯 구인 글을 들여다본다.


집은 샀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난하다. 아니, 집을 지키기 위해 더 치열하게 가난해져야 할 판이다. 더 이상 이사갈 일이 없는, 안정적인 삶을 찾아 집을 사기로 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흔들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다. 20년 된 낡은 아파트를 뜯어고치는 이 과정이, 어쩌면 나약해진 내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앞으로 9주간, 나는 낡은 샷시를 뜯어내듯 묵은 불안을 덜어내고, 바닥을 새로 깔듯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세울 것이다. 비록 통장은 비어가지만 마음만은 가난해지지 않도록, 어떤 흔들림에도 버텨줄 튼튼한 ‘내면의 집’을 지어보려 한다.


집은 샀지만 삶은 여전히 공사 중인, 어느 초보 집주인의 치열한 심폐소생기를 이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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