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도장은 매수인으로

결혼 10년 차, 처음으로 집을 사

by 고쳐 쓰는 이작가

결혼 10년 차에 처음으로 집을 샀다. 2025년 11월 20일. 우리 명의의 첫 집을 계약한 날이다. 2016년, 31살의 나이에 결혼해 지금까지 부동산 계약서에 사인한 게 도합 5번. 4번째까지는 임차인이었지만, 5번째는 매수인이 된 거다. 단순한 세 글자가 주는 벅찬 감정이란.



빠른 편은 아니다. 주변과 비교해 보면 많이 늦은 편에 속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거다. 내 주변에는 이미 자기 집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았고, 그중에는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갈아타기’를 하며 집으로 돈을 번 사람들도 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을 빨리도 했던 거였다.


남들이 소위 집으로 재미를 보는 시간 동안 우리는 뭘 했던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푸념, 곧 떨어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 열심히 돈을 모아서 집을 사자는 허황된 계획까지. 집값에 치여 서울에선 점점 먼 곳에 집을 구했고, ‘그때 살 걸, 차라리 그때 살 걸’ 하는 후회도 많이 했더랬지. 이삿짐을 싸고 다시 푸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사고 싶은 것을 참고, 하고 싶은 것을 미루며 시간을 때웠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그래도 허투루 버린 시간은 아니었다. 차근차근 집을 살 돈을 모으는 동안, 자연스럽게 경제관념과 부동산을 보는 눈이 생겼다. 어떤 집이 좋은 집이고, 어떤 집을 피하게 되는지 다양한 조건 속에서 집을 보면서 우리에게 맞는 조건과 취향이 무엇인지도 충분히 알게 됐다. 낯선 지역에 둥지를 틀면서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아보자고 한 다짐 역시 꾸준히 잘 지키며 살아왔고, 어딜 가도 둘이서 잘 지내면 된다는 확신도 얻었다. 서로 다른 성향의 너와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오게 된 세월. 그래서 우리만의 집을 살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던 게 어쩌면 돈보다 큰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


본격적으로 매매할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건 2025년 10월, 추석 연휴 무렵이었다. 연휴를 앞두고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집을 팔아야 할 것 같은데, 계속 살 건지 나갈 건지를 미리 알려달라는 말이었다. 전세 계약 만료일은 2026년 1월 26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결정의 시계가 갑자기 빨라졌다.


프리랜서인 나의 경우 출퇴근을 하지 않으니 지역의 구애를 받지 않았지만, 직장인인 남편에게는 출퇴근 거리가 절대적인 조건이었다.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4호 집 역시 이직한 남편의 새 회사를 따라 구한 집이었더랬다. 간과한 게 있다면 주에 2~3일, 길면 5일 내내 90km 떨어진 협력사로 외근을 나간다는 거였다. 아뿔싸. 편하게 살자고 이사를 했는데 전혀 난감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꽉 막힌 도로와 교통체증 속에서, 출퇴근길에 버리는 시간만 다섯 시간 남짓이었다. 남편의 짜증은 늘었고, 장시간 운전에 혹시나 사고가 나진 않을까 하는 나의 걱정 또한 크게 늘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회사에서 오피스텔을 얻어줬다는 거고, 다행 중 불행이라면 평일의 절반 가까이 부부가 떨어져 지내게 된 점이랄까. 서로가 애틋해지고, 또 가끔은 혼자가 익숙해지던 와중에 남편과의 얘깃거리에 팔 할이 집으로 채워지던 중 집주인의 연락은 생각보다 강한 트리거가 됐다.


이번에는 제발 집을 샀으면 좋겠다는 남편의 말, 그리고 어느새 우리 집의 총자산이 10억 원을 갓 넘겼다는 사실. 엉덩이가 무거운 나도 이제는 움직일 마음이 들었다.


‘그래, 사자! 우리도 우리 집 한 번 가져보자고!’


물론 아직 중도금도, 잔금을 치르지도 않았고, 인테리어는 이제 시작 단계이며 우리는 여전히 이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건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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