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르고 어 다르다
오래 전에 친구랑 식당에 갔을 때 그 주인이 지나가는 말로 누나냐 오빠냐고 한 적이 있다. 밥을 먹고 나오는데 친구가 "내가 오빤줄 알았는가보다"라고 말을 하길래 내가 그 말이 어떻게 그렇게 해석이 되냐고 물었다. 걔는 그 말이 그런 의미 아니겠냐고 하면서 나에게 그게 뭐가 중요해서 쏘아 붙이냐고 했다. 그걸 또 쏘아 붙인다고 말을 하니 나는 빡이 쳐서 제대로 쏘아 붙였고 친구는 말이 순간적으로 싸가지없이 나와서 미안하다고 하길래 일단락이 됐다. 다른 게 다 좋아보여도 대화가 매끄럽게 안 되거나 소통이 잘 안 되면 해명하느라 피곤한 일이 많이 생긴다.
말이라는 것은 늬앙스만 비틀어도 전혀 다른 의미가 되어 버리고 같은 말을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은 아무리 신중하게 해도 모자람이 없다. 이런 것을 알기에 나는 대화를 할 때 팩트에 질기게 집착한다. 회사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말과 일이 막무가내로 뒤섞여 문제가 된 적이 너무 많았기에 언제 무슨 말이 먼저 나오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리하는 일은 나에게 늘 중요한 사안이었다. 자기가 지시한 일조차도 기억 못 하는 사장에게 조목조목 뭔가를 들이대며 말도 못하게 만든 적도 많고, 회의록은 내가 시간순대로 요약해서 경영진에게 보내곤 했다. 그러지 않으면 헛소리만 하다가 수확도 없이 흐지부지 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도 잘못하고 실수할 때가 있지만 말은 있는 그대로 똑바로 하자는 주의이다. 그래서 내하고 말하면 긴장된다는 사람도 꽤 된다. 나도 이런 성격이 참 빡빡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진실이 왜곡되고 잘못 알려지는 일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해서 고치고 싶지도 않은 부분이다. 가짜 뉴스도 마찬가지이다. 한 군데 여론만 보고 믿어버리기 보다는 자료를 다 수집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 그래야 여기저기 휘둘리고 선동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좋은 게 좋은거지 이 말도 극도로 싫어한다. 뭔가 두루뭉실 넘어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상 슬렁슬렁 넘어가는 데서 일어난다. 그래서 내 주변인들은 거의가 딱부러지고 똑똑한 사람들이다. 애매모호함은 나와 결이 다르다.
나라가 시끄러운 것도 진실과 거짓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고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감정과 사실이 혼재돼있기 때문이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맞는 건 맞고 틀린 건 틀린 담백한 게 좋다. 투명한 게 좋다. 왜곡과 거짓없이 있는 그대로 여여하게 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