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소설

여여, 있는 그대로

by Norah

마케팅 팀장인 창수는 회사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자판기 앞에 서 있던 직원들은 창수를 보자 이내 말을 멈추고 흩어졌다. ‘쟤네들 내 욕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자리로 돌아온 창수는 그 직원들의 행동에 신경이 쓰였다.

‘회사에서 일이나 할 것이지 상사 험담을 해?’이런 생각을 하니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직원들을 한 명씩 불러 괜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안 시켜도 될 일까지 넘겨주면서 당장 내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창수 팀원들은 어제 입사한 여직원에 대해 얘기 하다가 창수에게 일 벼락을 맞았다.




나는 아주 예민한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엄마 말이라면 끔뻑 죽던 착한 아이가 사춘기를 겪으며 아주 까칠한 학생이 되어버렸다. 한 날은 저녁에 TV를 보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벽시계를 보셨다. 나는 몇 시간 째 TV를 보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짜증을 냈다. 시계를 보시는 이유가 공부하러 방에 들어가라는 뜻이 아니냐고 쏘아붙이는 내 말에 어머니께서는 어이없으신 표정을 지으시며 무서워서 시계도 못 보겠다며 황당해하셨다. 가끔씩 그 때 일이 생각 날 때마다 나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사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 당시 내 속은 꼬일대로 꼬여있었다. 그러니 모든 것이 삐뚤게 보였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내 생각을 덧대서 오해하고 나는 마치 피해자인 양 남에게 덮어 씌우기 일쑤였다. 상대가 아무리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내가 그것을 사실로 믿어버리면 그 오해는 절대 이해가 될 수 없다. 세상을 꼬아서 보니 세상이 바로 보일리가 없었다. 그것은 언제나 불분명하다. 안개 낀 밤 길을 헤드라이트 없이 운전하는 것과 같이 위험하고 어리석다.


매일 인사를 잘 하던 직원이 어느 날 나를 보고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면 머리에 계속 물음표가 뜰 것이다. ‘저 직원이 무슨 일이 있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에게 화난 게 있나?’ 혹은 ‘난 줄 모르고 지나친건가?’ 하고 넘기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면 될 일을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아무리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인사는 해야 할 거 아니야, 나를 우습게 보나’ 등등 혼자서 온갖 생각을 다 하다보면 그동안 별탈없이 잘 지내던 그 직원이 괜히 싫어진다. 그 직원의 속사정은 내가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대로 그린 망상 때문에 기분이 이상해진다.


사람들은 똑똑한 머리를 의심하는 데 쓰는 경향이 많다. 자신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고 더이상 속고 싶지 않다며 의심부터 해댄다. 의심은 불안함에 근거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내린 결론을 사실로 단정짓고는 그 과정들을 결과에 맞게 끼워 맞춘다. 마녀사냥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이슈가 되면 밝혀지지도 않은 일에 벌떼같이 달려들어 나쁜 사람으로 몰고간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일어난 그 사실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생각일 때가 더 많다. 그 생각에 얽매여 굳이 창살 없는 감옥에 스스로 들어갈 살 필요는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고 분별한다면 삶은 더 심플해진다. 여여하면 걸림이 없다. 걸림이 없는 것은 언제나 자유롭다.



g.JPG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 바퀴 돌 수 있다.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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