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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Aug 03. 2024

낙지볶음과 막걸리

여름 한때의 행복

아내가 낚지뽁음을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의 말을 들으니 나도 마아악 낙지볶음이 먹고 싶어 졌고 둘은 바로 의기투합, 인근 낚지 집으로 향했다.

안쪽에 넓은 자리가 보여 그쪽으로 가려하자 마음 좋게 보이는 종업원이 그곳은 에어컨 바람이 가질 않아 덥다고 하면서 주방이 가까운 곳으로 안내한다. 그래 여기는 이분 나와바리지.


안내해 준 곳에 자리를 잡자 종업원이 물을 가져다주는데 바로 그 순간을 놓칠세라 주문을 속사포 처럼했다.


낙지볶음 2인분, 굴전 하나에 막걸리 하나. 내가 이렇게 빠르게 주문을 하다니 하면서 웃으니 아내도 와 빠르네 하면서 따라 웃는다.


음식이 준비되어 나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먼저 막걸리를 천천히 정성 들여 흔들었다. 무릇 정성이 반이다. 내 잔은 찰랑찰랑 넘칠 만큼 따르고 아내의 잔에는 아주 조금만 따랐다.


이런 불평등이 따로 없지만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그리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기계적 평등보다 한 수 위의 평등인 것이다.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술을 잘 못하기도 한데, 그래도 이렇게 조금이나마 따르는 것은 아내가 원하기 때문으로 나와 잔을 부딪히면서 건배를 외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한잔을 순식간에 비운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은 더운 여름의 열기를 에어컨의 파워냉방으로 몰아낼 만큼 시원하고도 달다.


이어 굴전 하나를 소스에 찍어 반을 베어 물면서 오물오물 씹는다. 굴 특유의 향과 맛이 입안 가득 퍼지기 시작할 즈음 먹기 좋게 자른 낚지 하나를 또 입으로 가져와 질겅질겅 씹는다.


냉동 낚지를 이렇게 부드럽게 삶다니 하면서 아내는 감탄을 했고, 나는 막걸리가 오늘은 왜 이리 맛있지 하며 캬~한다.


여기에 낙지 비빔밥을 빼놓을 수 없다. 따뜻한 하얀 쌀밥에 낙지볶음과 하얗게 삶아진 통통한 콩나물을 듬뿍 넣고 쓱쓱 비벼 한입 크게 넣고 씹는다.


배가 불러오고 더위로 잠시 집나 갔던 기분도 돌아온다. 기분도 배가 부른 것처럼 빵빵하게 좋았졌다.


8월의 여름은 저 바깥 도로에서 자글자글 끓고 있었고, 행복은 이 안에서 오글오글 거리고 있었다.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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