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돌 <라인업> 배경지 부산 송정해수욕장·청사포

여름 바다와 서핑을 만나는 여행

by 서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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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몇 년 사이 전국 바다 가운데 바람 좋은 해수욕장에는 서핑 보드에 몸을 맡기며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근래 연예인들과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많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에도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있는 스팟들이 있음이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업>은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인 바로 부산의 송정 해수욕장을 무대로 한 서핑 만화다.



서핑 청춘 로맨스 만화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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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라인업>은 코미카에서 <아침 식사 됩니다>라는 작품을 연재한 바 있는 라돌(권보라) 작가가 2019년 2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다. 모두 12화 분량으로 제작되어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청춘 만화로, 부산시 브랜드 웹툰 제작 사업 선정작답게 배경인 송정 해수욕장 곳곳의 매력적인 부분을 잘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브랜드 웹툰이 홍보 장소를 부각하기 위해 이야기가 틀어지거나 정보 전달에 치중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데 비해 이 작품은 일부 회차 끝 부분에 장소 소개하는 별첨이 붙은 점을 제외하면 대부분을 주인공들의 청춘극에 할애한다. 귀엽고 명료한 작화 덕도 있어 홍보 목적이 담긴 만화라는 생각은 매화 마지막의 고지를 볼 때에나 가끔 들 정도다.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주인공 남성 나민호는 번번히 취업에 실패해 낙담하고 있는 이 시대의 취업 준비생이다. 친구들이 하나둘 먼저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강하게 조바심을 느끼고 있던 민호는 일 있어 자리를 뜬 친구들을 배웅하고 그길로 바다에나 가자며 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그곳에는 어쩐 일인지 예전에 비해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많이 늘어 보였고, 그 중에도 유난히 군계일학 같은 사람이 있다. 한데 그 여성이 해변으로 걸어 나오더니, 자신을 보고 느닷없이 이름을 부른다. “너 민호 맞재? 오랜만이네. 나 바다야, 한바다!”


구김살 없어 보이는 시원한 미소를 지닌 서퍼 ‘한바다’는 민호의 중학시절 첫사랑. 반장과 부반장이란 인연도 있었던 사이지만 얌전한 인상이었던 그 때와 지금의 한바다는 인상이 완전히 다르다. 바다의 전학으로 인연이 끝나는 듯했으나 우연히 그냥 들른 송정 해수욕장에서 재회한 셈이다.


이모의 서핑샵 일을 돕고 있다는 바다에게 민호는 백수라는 사실을 들키기 싫다는 마음에 그만 휴가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날 민호는 바다에게 대차게 낚여(?) 서핑의 세계에 들어서고 만다. “지금 등록하면 지인 찬스로 10% 할인해드립니다~” 느닷없이 재회한 첫사랑, 느닷없이 시작한 서핑. 민호는 과연 취업과 서핑 그리고 바다를 향한 마음에서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야기 얼개는 너무나 전형적인 청춘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라인업>을 조금 더 독특하게 만드는 건 주인공들의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느냐일 터다.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정말 자신이 뛰어난 줄 알았던 소년의 비대한 자의식은 중학생을 넘어가며 산산히 박살나고 26살이 된 현재 취업 전선에서 끊임 없이 실패 중인 백수다.


빛나는 표정을 보여주는 한바다는 부모님에게 반항 한 번 하지 못하던 ‘얌전하고 착한 아이’였다. 서핑을 만나며 매력에 흠뻑 빠졌지만 부모님은 전혀 이해해주지 않았다. “여자는 선생이 최고”라는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교대에 진학했지만 자기 길이 아닌 것만 같아 처음으로 반항했다가 “나가라”는 말을 듣고는 그대로 가출해 이모 집으로 와 현재에 이르렀다. 미래가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자기 길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을 움켜쥔 채로.


12화라는 짧은 분량에 브랜드 웹툰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만 <라인업>은 이들 청춘이 서핑을 매개로 삶의 방향에 느낌표를 찍어가는 모습을 에너지 넘치게 담아 내고 있다. 제목이기도 한 ‘라인업’은 파도가 부서지기 시작하는 위치를 뜻하는 서핑 용어다. 서퍼들은 라인업에서 보드에 앉아 파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파도가 오는 때에 맞춰 보드에 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어쩌면 우리네 청춘들은 모두 라인업에서 대기 중인 서퍼 같다. 실패가 더 잦을 수도 있고 때론 센 파도에 밀려 물에 빠져 작중 한바다가 말하듯 ‘세탁기에 들어간 듯한’ 느낌에 휘말릴 때도 있지만, 한바다는 그럴 때엔 무조건 힘을 빼고 해변까지 떠내려가서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런 메시지는 “삶에 무뎌진 청춘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다”라는 연재란의 작품 소개를 전혀 과하지 않게 만든다.



만화 배경 좇아 송정 해수욕장 구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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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서는 주 무대인 송정 해수욕장을 비롯해 인물들이 조개구이를 먹는 청사포, ‘야도(야구도시)의 상징’이라 할 법한 사직구장, 광안대교 등을 구경할 수 있는 수변공원 등이 함께 소개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 가운데에서 송정 해수욕장과 그 인근인 청사포 두 곳을 포인트로 잡았다.


부산의 해수욕장이라고 하면 해운대와 송도만 알던 내게 송정은 다소 낯선 곳이었다. 도착해 보니 해변 폭이 1.2km여서 첫 인상은 ‘작다’였는데, 해변가와 가까운 물 속에 서퍼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내가 도착한 6월 21일에는 백사장에서 장비들이 시끄럽게 오가고 있었는데, 이튿날인 6월 22일부터 이틀간 열린 ‘2019 해양레저축제’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올해로 3회째라는 이 잔치를 일정상 당일 구경할 순 없었는데, 당연히 서퍼들이 주말에 더 북적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조금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금요일에 휴가를 내어 서핑을 즐기러 온 이들은 꽤 많아 보였다. 서핑 동호회 등지를 통해 활동 중인 국내 서퍼만 7만여 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면 저 만한 수가 단박에 이해된다.


송정 해수욕장이 우리나라에서 서핑의 메카로 여겨지는 까닭은 숙련자들은 물론 초보자들까지 친절하게(?) 만족시켜주는 자연 환경 덕이 크다. 규모는 작지만 수온이 겨울에도 11도 정도로 비교적 사시사철 적당히 유지되고 수심도 얕은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정 해수욕장의 해변에서는 라인업에서 대기하는 서퍼뿐만 아니라 이제 막 기초 자세를 배우는 이들도 여럿 보였다. 하지만 그러나 송정에는 초보도 탈 수 있을 만한 좋은 파도부터 시작해 여름과 가을 사이에 숙련자들도 좋아할 만한 높은 파도가 온다고 하니 그야말로 서퍼들의 천국이자 시작점이라 할 법하다. 앞서 소개한 산악 구조 액션 만화 <피크>의 북한산 인수봉이 암벽 등반가들의 시작점이자 어머니라면, 송정 해수욕장은 서퍼들의 시작점이자 어머니인 셈이다. 물론 초보들이 많이 찾다 보니 숙련자들은 사람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기도 한다고 한다.


송정 해수욕장은 길지 않은 해변가를 지니고 있어 걸어서 움직이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아직까지는 아직까지는 주차장에서 딱히 돈을 받지 않는 걸 보면 그 소박함(?)을 독자 여러분도 짐작하실 만하다. 심지어 만화 <라인업> 속 주요 풍경이라 할 수 있는 양 끝이 휘어진 해안가 모습은 가운데 즈음에서 고개를 양쪽으로 돌리면 눈에 다 들어올 정도다. 해운대와 송도에 비하면 아늑하기까지 한 이 공간 곳곳에 서퍼들을 위한 서핑샵들이 여럿 자리를 잡고 있다. 한데 이곳 가운데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있다. 바로 송정서핑학교. 작중 풍경과 비슷하다 싶어 기웃거리고 있다가 이곳의 장인 서미희 대표를 만나게 됐다.


서핑의 ㅅ도 모르고 서핑학교나 대표에 관해 알고 온 것도 아닌 일자무식에게 흔쾌히 음료를 내어 준 서미희 대표는 1988년 윈드서핑과 스키에 입문하여 국내 유일 여성 윈드서퍼로 윈드서핑 전국대회와 부산 및 영호남 스키대회 1위 입상 등을 했던 인물이다. 윈드서핑 샵을 부산 광안리에 이어 송장에 열었던 서 대표는 1998년 송정 해수욕장에서 한 외국인이 보드에 올라 파도를 타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본인의 길이라 확신, 독학으로 3년여 간 서핑을 익힌 후 송정서핑학교를 열게 됐다고 한다. 앞서 송정 해변에 관한 정보도 서미희 대표가 짧은 시간임에도 열성적으로 전달해준 내용들이다. 당시 외국인의 서핑에 눈길이 갔던 까닭도 윈드서핑에 비해 장비도 단순하고 한층 더 안전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래 광고 등에서 강원도 강릉 쪽이 서핑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서 대표가 국내 1세대 서퍼로서 다져놓은 것이 확산된 결과물이라 한다.


송미희 대표는 만화 <라인업>도 당연하다는 듯 알고 있었다. 우연히 발견해 유심히 쳐다본 공간이긴 했지만 실제 부산시 측에서 브랜드 웹툰 당시 가게를 촬영해갔다는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 말인즉 작중 ‘한바다’의 이모네 서핑샵 ‘갈매기 서핑’ 내부는 송정서핑학교에서 따 온 게 맞았던 셈이다. 약간은 행운이 따랐던 결과지만 그만큼 작중 배경지와 외장에서도 겹쳐 보이는 지점이 있다.


서핑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우문에 서 대표는 “내 이 순간의 고민을 딱 내려놓고 서핑만 하게 만듭니다. 물 위에 있는 자체가 자유에요. 그리고 서핑 보드를 들고 전 세계 어느 바다에 가 봐도 서퍼들은 다 하나에요. 서핑 하나만으로 마치 언어가 다 통하는 거 같아요”라 답한다. 서대표는 본인과 작품이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하였으나, 작중 한바다가 부모의 바람과 달리 서핑의 매력에 깊숙이 빠져드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여서 눈길이 갔다.


송정해수욕장_03.png 송정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_05.png 송정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_07.png 송정서핑학교
송정해수욕장_08.png 송정서핑학교 서미희 대표
송정해수욕장_17.png 서핑 중인 서퍼
송정해수욕장_16.png 서퍼들 사이로 지나가는 119 구조대
송정해수욕장_19.png 교습을 마치고 강사를 따라 입수 중인 서퍼들


푸른 뱀, 또는 푸른 모래 포구 청사포에서 일몰을 맞다


해가 떨어져가기 시작한 시점에도 아랑곳없이 파도를 즐기고 있는 서퍼들을 뒤로 하고 송정해수욕장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청사포로 향했다. 본래 푸른 뱀이 얽힌 전설이 있어 이름이 청사포(靑蛇浦)였던 이 마을은 마을 노인들이 이름에 뱀 사(蛇)가 들어가는 게 흉하다 여겨 푸른 돌이 많은 점에 빗대어 청사포(靑沙浦)라고 바꾸어 부른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마을 이름에 푸른 뱀이 들어 있던 까닭은 일찍이 이 마을에 살았던 부부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이 어부 부부는 유난히 금실이 좋았는데, 남편이 뱃일을 나갔다가 그만 배가 부서져 돌아오지 못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아내는 남편이 살아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하염 없이 기다렸는데, 그 모습을 바라본 용왕이 안타까움에 푸른 뱀을 보내 부인을 용궁으로 데려와 남편과 해후하게 했다 전한다.


만화 속에서는 주인공들이 조개구이를 맛있게 먹는 곳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청사포는 미역과 더불어 조개구이집들이 유명하다고 한다. 본래 이곳에서 보는 장엄한 일출 장면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해가 육지 쪽으로 저물어가며 바다와 항구 그리고 도시를 아울러 물들이는 일몰 또한 상당히 은은하고도 강렬한 느낌을 선사한다. 붉은 빛깔과 흰 빛깔의 대비가 인상 깊은 이란성 쌍둥이 등대는 그 자체로도 물론 항구를 전반적으로 조망하기 좋은 포토 스팟이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장소로는 청사포로 내려가는 고갯길 자체다. 아득히 먼 수평선이 오히려 지면을 삼킬 듯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청사포_09.png 청사포 등대
청사포_04.png 청사포 등대
청사포_01.png 청사포 전경



■ <라인업>

라돌(권보라) 글/그림 (2019.02.11~2019.04.29, 12화 완결)

부산 브랜드 웹툰 제작 사업 선정작.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 부산시 홈페이지 및 SNS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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