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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Dec 01. 2023

아름다운 사람

생각편의점

아름다운 사람



내가 생각한 

나의 아름다움은

자연에 익숙한 그의 눈을

이기지 못합니다


내가 꾸며도 그는 

내가 감추고 싶은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있는 그대로의 내게서만 

내가 가진 자존감의

크기를 느낄 겁니다


한편, 글로서는 

내게 '아름답다'를 

껄끄럼없이 쓰는 그가

나를 마주 볼 때는 

'예쁘다' 뿐인 이유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구어체로 쓰기엔

낯간지럽기 때문일 겁니다


"당신은 아름다워."


그렇게 말하는 그를 보면,

나는 흔히 생소하면서도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을 받지만

그는 뻘쭘한 얼굴을 할지 모릅니다


문어체의 표현을

직접 귀로 듣게 되면

말하는 이 자신은

하릴없음으로 애먼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를 수도 있는데,

내가 아름답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고

그 말을 듣는 나의 모습을

즐기고 싶은 것으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그가 보기에 예쁘다는 말로 

나를 말하기엔 

모자란 건지도 모릅니다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아마도,

그가 내게 꽃이 되는

순간이기도 할 겁니다


눈이 본 것을 흔히 

말로는 부인할 수 있어도

마음으로 부인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흔하지도 않습니다


아름다움이 시각으로만 

인식되는 게 아닌 건

의식적으로 

눈을 감아보면 압니다 


우선, 그 '어둠'에는 

아무것도 그릴 수 없습니다 

무엇을 그려도 

그 '무엇'에 묻혀 버립니다  


사실은 눈이 아니라 마음이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고,

그 마음에는 눈이 없어서

감을 수가 없으므로

눈 감으면 떠오르는 게지요


기억은 우리의 일상보다

그 안에 있던 아름다움을 

확연하게 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이 한심하더라도

또, 우리의 어제가 어떠했든 

거의 의미가 없는 것이 될 때면 

기억은 대개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영원하지 않기에 

삶이 아름답다는 것도

과거가 없다면 볼 수 없는

심상이기도 하지요


나는 아름다워 보이도록 

나를 꾸밀 수는 있지만,

생각하는 만큼 아름다울 수 없고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합니다

내가 내게 아름다운 것뿐,

진정한 나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건 늘 타인이니까요


어쩌다 내가 나를 

거울에 비춰볼 때

되도록이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것도

그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쉽지 않지만,

타인이 생각하는 내가 아니라

나를 담을 나를 사는 게 현명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내 거울은, 의외로

백설공주의 의붓어미인 왕비가

가진 거울처럼 진실하지 않습니다

내가 보고 싶은 걸 보여줄 뿐

진실을 보여주지 않을 겁니다

보고 있는 게 내 눈이 아니라

내 마음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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