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산문 & 에세이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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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낮은 담장 너머로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흘러넘친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퇴근하는 길에 맡는 음식 냄새만큼 마음을 간지리는 게 또 있을까. 더욱이 냄새의 틈바구니 사이에 스민 추억들은 냄새의 향취를 한껏 부풀리기까지 한다.
나를 등지고 가뭇없이 떠난 그가, 그녀가 어쩐지 오늘 밤에는 생각나지 않을 성싶다. 나의 코끝을 애무하는 찌개의 냄새가, 내 안에서 헤매고 충돌하는 그와 그녀를 무화(無化) 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