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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Nov 01. 2021

수필 & 산문 & 에세이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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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것에도 때가 끼겠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것은 아니리라. 오히려 보이지 않음이 감내해야 하는 건 더욱더 많은 법.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말에도 때가 끼겠다. 말의 소리들. 때 끼고 얼룩져 조악한 말들이 많다. 더러는 근본 없는 말들을 주워섬기며 말 뒤로 자신을 숨겨 감춘다. 진실을 잃어버린 말들. 주인 잃은 광대들이 주인행세를 한다.


화려한 휘장을 휘감은 감언이설은 필요 없다.


올곧고 진실된 말들. 땀 냄새 나는 말들. 오래도록 전승되고 계승된 먼지 쌓인 말들에는 광채를 내뿜는 기품이 배어 있다. 귀를 열어야 들리는 말이 있듯, 귀를 닫아야 비로소 들리는 진실된 말들이 있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말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 기생할 숙주를 찾고 있나보다. 이럴 땐 흘러넘쳐 범람하는 말들을 먹고 사는 가축이 필요하다.


어젯밤 지인과 함께 마시던 차의 찻잔에 지문 같은 말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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