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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Dec 12. 2021

일기

수필 & 산문 & 에세이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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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 너머의 그들을 적의에 찬 눈으로 몰래 훔쳐 보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돼지국밥집에 모여 만면에 미소를 띠며 웃고 있었다. 꼼꼼히 세어 볼 것도 없이 그들은 어림잡아 10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주말이고 연말이 가까워지니 산악회 이거나, 분기마다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사람들이겠다.


그중에 모임을 운영하는 대표쯤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일어나 손짓 발짓 섞어가면서 뭐라 뭐라 말을 했다. 좌중을 압도하는 그의 퍼포먼스가 범상치 않다 싶더니 역시나 그 모습을 보던 주변 사람들은 어금니가 훤히 보일 정도로 입을 벌리며 박장대소.


아마도 그들은 코로나의 횡포와 그에 따르는 정부의 지침을,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헤프닝쯤으로 여기나 보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한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는 있는 것이다. 정작 변해야 할 건 변하지도 않고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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