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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령 Sep 21. 2017

입장 정리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나에 대한 입장 정리

 복학을 한 이후 정신없이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다. 잠들기 전 무심코 달력을 쳐다보면 나 스스로 놀라곤 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 할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여유가 필요했지만 여유를 즐길 시간이 없었다. 아니 만들시간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더 올바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하다가는 금방 지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하루의 휴식을 취하기려 했다. 집에만 있기에는 날씨가 좋아서 무작정 나갔다. 이어폰을 귓가에 꽃은채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정처 없이 걷고만 있던 중 친한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대뜸 나에게 어디 있냐고 물어보길래 그에게 위치를 말해주자 지금 당장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전에 약속도 없이 그와 커피숍에서 만나게 되었다. 약속 장소인 커피숍에 들어가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 혼자 먼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고서는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창문 밖을 쳐다보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모습이 커피숍 안에 나타났다. 내가 그에게 손을 흔들자 웃으면서 그 역시 나와 같이 손을 흔들었다. 지인이 테이블에 앉자 우리는 지난 2년간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우리 두 사람은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만났을 때는 분명 해가 중천에 떠있었는데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해는 없고 달빛이 우리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긴 대화를 해서 그런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질 무렵 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난 너를 볼 때마다 부러워, 왠 줄 알아? 네가 적은 글을 볼 때마다 트렌드에 신경 쓰지 않고 네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는 게 너무 부러워, 솔직히 나 같으면 트렌드에만 쫓아갈 거 같아



 그 말을 듣고서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평소에 낯 간지러워하는 말을 좀처럼 하지 못할뿐더러 듣기조차 어색한 나였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서는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그렇게 그와 헤어지고 나서 밤거리를 또 혼자서 귀에 이어폰을 꽃은채 걷기 시작했다. 분명 이어폰에서 노래는 나오고 있었지만 내 귀에는 노랫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지인이 했던 말이 자구만 떠올랐다. 그래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과연 지금 난 내가 적고 싶은 글을 적고 있는 걸까?' 



 대답은 NO였다. 처음 글을 쓸 당시 나는 트렌드에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느 누구보다 방문자수, TOTAL 수, 트렌드에 신경만 쓰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너무 부끄러워졌다. 남들이 봤을 때는 개성 있게 산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 이런 나에게 반성 또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 동안 글 쓰는 것을 멈추고서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우연히 유튜브를 통하여 최민식 배우의 수상소감을 보게 되었다. 그의 수상소감은 대충 이러했다. 20대엔 이상과 열정을 지향했지만 지금은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왠지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 수상소감을 보고서는 처음의 글을 쓰기 시작한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왜냐 난 이미 물에 젖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젠 나에게 새로운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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