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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 Jane Nov 18. 2021

30대에 만나는 어린이의 세계

이집트, 내가 사는 동네를 소개 합니다


*본문에 '마로'는 남편을 부르는 애칭입니다.

*부부세계여행 후, 한국사회에 5년간 정착했다가 남편의 이집트 발령으로 이집트에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실시간 이집트 생활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집 문제로 계약이 남아있었기에 무려 석 달이나 늦게 이집트로 떠났다. 석 달 만에 만난 남편은 나 없이도 너무 잘 지내고 있었는지 살이 더 포동포동 올랐다. 늘 더위를 타는 남편은 나에게 이집트가 참 덥다고 했었는데 햇볕은 따가웠지만 의외로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3월에 이집트는 건조하고 약간은 시원한 공기에 가디건이 필요했다.


내가 한국의 집을 정리할 동안 남편은 이곳에서 살 집을 구하고 자동차를 구매했다. 공항에서 새 차를 만난 설렘도 잠시 카이로의 교통상황에 눈이 휘둥그레 질 수밖에 없었다. 길이 막히고 새치기를 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차.선.이. 없었다.


한국이었다면 3차선이었을 도로에 4대의 자동차가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차선이 없기 때문에 끼어들기도 심해서 눈이 8개라도 운전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자동차 높이에 두 배쯤 되는 화물을 실은 차량은 기본이고 오토바이에 네 명씩 타고 달리는 기행(?)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심장이 쫄깃해지는 도로 위의 시간을 보내고 마디(Maadi)라는 새로운 동네를 만났다.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개인 주택도 많아서 오면서 보았던 이집트의 모습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남편이 구한 새로운 집은 무성한 열대 나무들에 둘러싸인 조용한 단독주택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아직 짐이 오지 않아서 빌트인(built-in) 되어있던 가구들과  가지 주방 도구들, 남편이 쓰던 침구만이 구비되어 있었다. 새로운 , 새로운 나라에서 다시  내려갈 마로  나의 시간이 기대되었다.





여행자의 DNA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건지 시차 적응도 없이 다음날부터 마디(Maadi) 동네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3월에 이집트는 한국의 5월 초 싱그러운 날씨를 가졌다. 그늘에 들어가면 약간 서늘하지만 찬란하고 가벼운 빛들이 기분 좋게 내리쬐서 저절로 햇볕아래에 앉아 있고 싶어지는 날씨였다.


머리카락이 살짝 흐트러질 정도의 바람에 나무와 꽃잎이 움직일 때마다 사방으로 반사 된 빛이 무지개색을 덧 입혀주고 있었다. 꽃이 막 피어나려는 시기여서 그런지 식물의 봉우리들이 움트기를 기다리느라 한껏 부풀어 올랐다. 높지 않은 건물들과 그보다 더 높은 나무들 덕분에 어디를 가든 숲속을 걷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개인 주택들은 마치 유럽의 건축물처럼 아치 모양의 창틀과 장식적인 무늬의 조각들이 벽면을 꾸며주고 있었다.






커피숍과 베이커리를 찾아다닌다는 핑계로 매일 더 예쁜 골목길을 찾아다녔다.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몇 배의 시간을 들여 돌아갔다. 길가에 핀 난생 처음 보는 꽃 사진도 찍어보고 거리마다 넘치게 많은 길고양이들의 움직임도 관찰하면서. 내가 모르는 아랍어를 쓰는 그들의 대화를 상상하기도 하고 히잡을 쓰고 커피를 한 손에 든 이국적인 여인의 모습을 민망할 정도로 쳐다보기도 했다.


물론 아름다움과는 반대로 한국과는 너무 달라 불편한 것들도 있었다. 우선 이곳에서 나는 소수자이다 보니 혼자 걷다 보면 이집트인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할 때가 많았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아름다운데 바닥에는 쓰레기가 정말 많이, 곳곳에 널려있는 것도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길거리에는 위협적인 개들도 많고 자동차들이 험하게 운전을 하기 때문에 긴장해서 걸어야 하는 단점도 있었다.


한국에서 상상했던 이집트의 모습은 모래 산이 떠오르는 사막 이미지였는데 내 생각과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달랐다. 유치원에 가는 짧은 거리를 한 시간이나 돌아가는 아이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모든 것이 새롭고 호기심이 샘 솟는다. 삼십이 넘은 나이에 어린이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사치일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들을 접할 일이 없어진다. 익숙해지는 상황과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많은 것들이 삶을 권태롭게 바꾼다. 그래서일까? 편안한 삶보다 조금은 불편하고 새로운 것들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모두가 그런 삶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그런 사람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르고 모자란 것들이 눈에 거슬리기보다는 새로운 풍경을 마음에 간직하며 설레는 사람. 앞으로 이곳에서의 시간도 지금같은 어린이의 눈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새로운 우리 동네 : 이집트, 마디(Ma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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