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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허실 Oct 27. 2020

절약은 불편하지 않다

소비와 절약 | 절약하는 삶이란

돈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많은 돈을 벌어본 적도 없다. 돈이 많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강제로 익힐 수밖에 없었던 절약 습관 덕분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내 주변의 친구들은 쉽게 하던 일상의 것들을 나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젊은 날의 청춘에 선택하지 않은 절약은 때로는 나 자신을 위축시다.


예전에는 불필요한 것을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나 자신의 합리화라고 생각했다. 절약이란 무조건 쓰지 않고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은 좀 다르다. 절약은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쓰는 것이다.


절약은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쓰는 것이다.


코로나가 인간 사회를 덮치면서 올해 3월 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2020년 10월 26일 기준으로 전 세계 확진자는 4천3백만 명이 넘고 죽은 사람만 백만 명이 넘는다. 코로나로 인해 인간 활동의 잠시 멈춤은 인간 사회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축복의 시간이었다. 인간에게는 재난이 지구에게는 축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불필요한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욕망을 자극하는 과소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물질이든 가치이든 인간은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려고 하고 제대로 소비도 하지 않은 채 대부분 버린다. 소비는 인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행위지만 과소비는 인간 사회를 비롯해 지구 전체를 위협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감정을 소비하고 제품을 소비하고 관계를 소비한다. 서로의 필요를 소비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내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며 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유형, 무형의 제품을 소유한다. 절약은 소비 자체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서로의 필요를 공유하는 행위다. 요약하면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것이 바로 절약이다. 절약은 불편하지 않다.


절약은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절약을 잘못 해석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을 괴롭고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무언가를 쓰지 않는다. 이런 행위는 때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것은 좋은 소비도 아니며 절약은 더더욱 아니다. 절약이라는 '가치'에만 빠진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이며 그냥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다.  


절약하는 삶이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소비하며 타인의 소비와 공생하는 삶이다. 무소유가 아닌 적게 소유하며 자기 삶의 중심에서 통제권을 가지고 자기 이해 기반의 소비를 하는 삶이다.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절약이란 것을 할 수 있다.  




많은 돈을 모은 것도 아니고 의리의리 하게 큰 집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적게 벌면서도 절약해서 모은 돈으로 어머니 유럽 여행도 보내드리고 가끔 사고 싶은 전자제품도 산다. 그리고 누군가가 돈이 부족하면 제법 큰돈을 빌려주면서도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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