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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허실 Sep 24. 2022

삶은 어시스트

좋은 어시스트의 조건 3가지

어시스트. 축구나 농구 같은 득점을 내야 하는 스포츠에서 득점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보내는 일을 말한다. 손흥민이 2019년 번리와의 경기에서 70미터 단독 드리블 후 골을 넣은 것처럼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격수들이 골을 넣기 위해서 어시스트가 꼭 필요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딱 맞는 위치에 공을 넣어주는 좋은 어시스트는 승리의 필수 조건이다.


히어로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주인공인 히어로를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항상 존재한다. 히어로물에서는 이들을 사이드킥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가령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에게는 네드 리즈가 있고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에게는 페퍼 포츠가 있다. 히어로가 수많은 위기에서 지구를 구하고 멘탈을 건강하게 지키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조력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어시스트를 해주는 이들이 없다면 히어로도 존재할 수 없다.


좋은 어시스트의 조건은 우선 자기를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어시스트를 줄 대상을 잘 관찰하고 내가 주고 싶은 도움이 아닌 상대방이 원하는 도움을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도움을 제대로 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실력이 갖춰야 한다. 실력을 동반하지 않은 도움은 무쓸모를 넘어서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며 보통은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나 내가 상처를 입는다.




히어로물을 좋아하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히어로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짠! 하고 나타나 초능력을 사용해서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히어로들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남의 어려움을 잘 외면하지 못해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잘 들어주는 편이다. 도와주고도 상대방이 오해해서 욕을 먹은 경우도 있고 때로는 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 도움으로 인해 누군가의 문제가 해결될 때마다 기분이 참 좋았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돌아보면 언제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도와주고 욕을 먹고 나서 기분이 다운될 때 친구들과 가족들은 언제나 든든한 우군이 되어 주었고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서 좋은 조언들을 들려주곤 했다. 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 속에 빠져서 더 큰 문제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히어로보다 히어로의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잘 해결하고 멋진 히어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좋은 어시스트를 해주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좋은 어시스턴트가 되어야겠다. 삶은 어시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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