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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럭키성은 Oct 14. 2021

가을을 굽자

하나씩 꺼내 먹어요.




파란 하늘에 몽땅 넣고 휘젓는다.

그것들은 서로 엉켰다가 풀어졌다가 반복하며 찰진 반죽이 된다.

예쁜 모양으로 빚어 오븐에 넣고 굽는다. 한동안 고소한 냄새가 폴폴 올라온다.  구워졌을까 한껏 기대하며 꺼내보니 그럴싸하다. 갈색 그을림이 고소해 보였고, 살짝 갈라진 틈과 엉성한 모양도 제법 괜찮았다.





좋아하는 접시에 담아 플레이팅을 한다.

‘10개? 아니야 20개는 담아야지. 더 담을까?’

맛있어 보여서 얼마만큼 담아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넉넉하게 담는다. 보기만 해도 탐스럽다. 하나를 집어 맛을 보니 바삭하고 고소한 게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껴두고 싶은 만큼 맛이 좋다. 조금씩 꺼내 먹어야지.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을 반죽하고 굽는다.

질퍽거리지 않는 반죽과 적당한 온도의 오븐 그리고 색색깔의 달콤한 재료면 된다. 시간이 흘러 이 시간이 그리워질 때 하나씩 꺼내 먹을 것이다.


짠맛을 줄줄 흘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쓴맛에 치여 침을 한 움큼 뱉고 싶을 때

가끔은 매운맛에 속을 쓰릴 때

꺼내 먹을 이 가을.





맛있는 가을을 구워보자.

몽실 거리는 구름을 올려보기도 하고, 단풍 한 장을 올려 장식하는 것도 잊지 말고.


맛있는 가을은 동나지 않을 것이니, 걱정 말자.

내일 우리가 구울 가을에도 달콤함 한 스푼쯤은 들어갈 것이니까.

언제 먹어도 힘이 되어  가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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