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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할 성은 Aug 20. 2024

프라하의 또 다른 매력, 트램

매력 부자 프라하



[ 매력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

나는 낯설지만 아름다운 것에서 매력을 느끼곤 한다. 나에게 없는 것,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 중에서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오게 된 프라하의 매력이 쏙쏙 잘 느껴진다. 다양한 매력 중 트램이야 말로 프라하의 분위기, 일상, 감성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 나에게 트램이란, 어렸을 적 자주 하던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라는 PC 게임에서 접해본 것이 다였다. '오 예쁘게 생겼네?'하고 놀이공원 맵에 열심히 트램을 짓던 내가 프라하의 사람들과 관광객의 발이 되어주는 진짜 트램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프라하에서의 3박 4일 동안 버스보다 트램을 더 많이 타고 다녔다. 주요 명소 별로 노선이 잘 짜여 있어서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 내가 찾던 유럽 감성까지 더해져 트램을 볼 때마다 외국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매력적인 트램을 보다 잘 구경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았다. Chloe라는 카페다. 호텔에서 가깝기도 하고 내 영어 이름과 똑같아서 가봐야지 했던 곳이다.


카페 끌로에


카페 외관부터 공주풍의 아기자기함이 느껴진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카페라고 하는데 맛은 어떨까.



우리는 카페 끌로에의 시그니처 메뉴인 레이디 라떼, 구찌 강, 카라멜 팬케이크를 시켰다. 명품 브랜드에서 이름을 따왔나 보다. 커피의 색깔은 강렬했던 터라 놀랐고, 팬케이크는 비주얼부터 달콤함 폭탄이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정말 달았다. 스트레스가 확 풀릴만한 당도를 가졌다. 카페 인테리어는 SNS에 올리기 좋은 스타일로 되어있다. 카페 뒤로 테라스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메뉴나 인테리어보다 트램을 볼 수 있는 창가 뷰가 장점인 곳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낯선 트램, 동유럽풍의 건물, 잔디밭, 한가한 거리가 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굉장히 평화롭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카페 인테리어 대신 밖을 지나다니는 여러 대의 트램만 사진으로 남겼다. 어쩌면 SNS용 사진을 찍기에 좋은 인테리어나 소품 등은 한국 카페에도 많지 않은가. 프라하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고 달리는 트램이 더 멋져 보였다.



차선이 없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유유히 지나다니는 긴 트램. 사람들을 태워주고 내려주며 제 길을 부지런히 가는 트램. 나의 지난 20대도 그랬다. 구불구불 힘들었던 시간도 마음을 다잡으며 달렸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게으름 없이 살아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대로인 것은 일상 속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교통수단 중 하나일 뿐인 트램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당신이 프라하에 온다면 꼭 창이 넓은 카페에 앉아 트램 구경을 했으면 좋겠다. 평온한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이곳을 온몸으로 흠뻑 느꼈으면 좋겠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마침 호텔에서 캐리어를 맡아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맡기고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떠나는 우리의 마음처럼 프라하의 날씨도 잔뜩 흐렸다.



마지막 날이니까 프라하의 대표 음식을 먹어야겠다. 비프 타르타르를 먹으러 화약탑 근처에 있는 Kolkovna Celnice에 왔다. 맛집답게 식당 안에 사람들이 많았지만 럭키하게 우리는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알려져서인지 호텔 조식을 먹을 때처럼 익숙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우리는 비프 타르타르, 폭립을 주문했다. 비프 타르타르는 잘 구워진 빵 위에 생마늘을 문질러서 바르고, 육회를 올려서 먹는 음식이다. 육회를 즐겨 먹지 않는 나로선 도전이 어려웠던 음식이었다. 그래도 여행지에서는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봐야 하므로 몇 입 먹었는데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었고 부드러웠다. 모든 것은 경험해 봐야 아나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한국어, 계속 들어도 낯선 체코어, 간간이 알아듣는 영어가 사방에 흩어진다. 마치 듣기 평가 같아서 웃음이 났다.


맛있게 먹고 있는 와중에 창문을 보니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테라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비를 맞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우산 없이 나온 우리는 비가 그치길 바라며 천천히 식사를 했으나 30분이 지나도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했다. 뭐 어쩔 수 없다. 우리에게는 튼튼한 두 다리와 체력이 있으므로 뛰자. 사실 머리카락이 빠질까 봐 걱정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겉옷으로 머리를 감싸고 영화 클래식의 명장면을 따라 하며 뛰기 시작했다.



거센 비에 맞서다가 두어 번 건물로 피했다가 간신히 한 에스프레소바에 도착했다. 근처에 유명한 에스프레소바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려고 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인지 휴무날이었다. 대신 도착한 이곳은 아주 아담했다. 한 커플이 앉아 있었던 창가 자리는 내리는 비가 운치 있게 느껴질 만큼 아늑했다. 따뜻한 라떼랑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젖은 머리랑 신발을 말렸다. 비 맞는 것을 질색하는 내가 프라하에서만큼은 왜 관대한 것일까.



아마도 프라하가 주는 행복때문이겠지. 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리고 났더니 어느새 짐을 찾아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비도 그쳤고 선선한 바람만 분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분다. 한 번뿐인 신혼여행이 왜 이렇게 짧은 것인지, 회사에서는 왜 신혼여행 휴가를 5일밖에 주지 않는 것인지 투덜거림이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신혼여행은 한 달 정도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표님에게는 들리지 않을 목소리지만 구시렁거리며 호텔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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