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를 편하게 둘러보는 꿀팁
체코에서의 3일 차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호텔 조식을 먹기로 했다. 평소 먹는 것보다는 잠을 선택하는 나로서 호텔 조식을 먹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래도 멀리 프라하까지 왔으니 조식 맛은 봐야지. 호텔 1층 로비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조금 늦게 가서인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양쪽에서 들리는 한국말. 한국인 분들이 세 테이블 정도 있었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한국인도 인정한 조식 맛집인가 싶었다. 첫 접시를 뜨러 갔다. 팬케이크, 스크램블에그, 소시지, 베이컨, 카프레제 샐러드, 그릭 요거트, 파이, 샐러드 등 아주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다.
한 입 먹는 순간, 이 호텔은 조식 맛집이 맞았다. 바르셀로나 호텔에서 먹었던 조식보다 훨씬 맛있었다. 속이 부대껴서 아침을 안 먹는 편인데, 순식간에 네 접시를 비웠다. 소중한 잠을 포기했지만 그 이상 행복했다. 배부를 만큼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뭘 할까, 오늘은 프라하 올드카 투어를 하는 날이다. 20세기의 멋진 클래식카를 타고 편하게 프라하를 둘러볼 수 있는 투어다.
오전 11시, 올드카 투어의 시작점인 팔라디움 백화점 앞으로 갔다. 우리를 맞아준 건 강렬한 빨간색의 클래식카와 친절한 체코 기사님이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투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을 들었다. 우리가 예약한 코스는 프리미엄 코스로 1시간 동안 투어가 진행된다. 프라하의 주요 명소를 돌며, 기사님이 영어로 설명까지 해주신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프라하 올드카 투어는 예약이 필수입니다. 꼭 온라인으로 일정 및 코스를 체크한 후 예약하세요. 좋았던 점 중 한 가지는 픽업 지점과 드롭 지점을 직접 지정할 수 있어요. 저희는 프라하의 가장 큰 백화점인 팔라디움 백화점이 호텔에서도 가까운 편이었고, 번화가라 차가 접근하기도 좋을 것 같아서 이곳으로 지정했어요. 탈 수 있는 차종은 랜덤인 거 같아요. 저희랑 함께한 기사님은 체코어, 영어, 러시아어가 가능한 분이었어요. 프라하 올드카 투어 홈페이지가 저희가 예약할 때보다 보기 편하게 리뉴얼되었어요.
예쁜 클래식카랑 아주 친절한 기사님을 만나니 출발 전부터 설렘이 가득했다. 얼른 출발해 주세요 기사님!
오픈카의 매력인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프라하의 건물들 사이로 달렸다. 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명화들이 가득한 갤러리에 들어온 것 같았다. 왼쪽을 보아도 오른쪽을 보아도 모든 것이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처럼 보였다. 자동차 시트 위로 느껴지는 돌바닥의 울퉁불퉁함이 중세 시대의 느낌을 더했다.
각 명소를 지나갈 때마다 기사님이 그곳의 역사 및 배경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사실 바람 소리 때문에 못 들은 말도 많았지만 고마운 마음에 우리는 열심히 리액션을 했다.
올드카 투어 중에 기사님이 유명한 포토 스팟에서 사진을 찍어주시기도 한다. 갑자기 차를 세우고 포즈를 잡아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낯설고 부끄러웠지만 몇 번 해보니까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고 있는 우리.
구시가지를 둘러보고 카를교 옆 다리를 건너 프라하성이 있는 신시가지로 간다. 여행 중 흐린 날이 많아서 조금 아쉬웠는데 이렇게 구름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보니 반갑고 차 옆으로 지나가는 트램은 아직도 신기하다.
올드카 투어의 매력에 흠뻑 빠져 프라하성을 둘러보고 가는 길. 프라하 도보 투어 때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전체적인 풍경과 좁은 골목길까지 돌아보니 프라하의 모든 것을 알게 된 것 같았다. 투어가 끝나갈 때쯤 기사님은 아쉬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코스 연장을 할 수 있다면서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우린 바로 오케이! 90분이 소요되는 럭셔리 코스로 변경했다. 시간도 돈도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는 투어였다.
럭셔리 코스로 바꾼 후, 들린 곳은 바로 여기. 프라하의 풍경 사진으로 유명한 레트나 파크다.
사실 레트나 파크는 여행 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일정이 안될 것 같아서 제외했던 곳인데, 이렇게 우연히 오게 되었다. 인터넷으로만 봤던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지니 마음이 찡할 정도였다. 선물과도 같은 풍경 앞에서 우리는 오래 서있었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어버린 프라하.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존재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찬란한 프라하의 풍경을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만큼 이 도시의 풍경도 끊임없이 보고 싶다는 것을.
하나라도 더 보고 듣고 가고자 바쁘게 움직였던 프라하 여행의 쉼표가 되어준 올드카 투어.
살짝 흐린 날씨여도 어때, 바람을 맞으면서 달려도 어때, 계획이 달라지면 어때. 행복하면 됐지. 투어가 끝난 후, 정말 즐거웠다며 마주 보고 웃는 우리의 표정에서 여행이 주는 진정한 기쁨이 보였다.
올드카 투어 기사님께 영어 대신 체코어로 감사의 마음을 전할 걸 그랬다. 기사님 덕분에 우리에게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이 생겼으니 말이다.
프라하는 우리의 신혼여행의 어여쁜 꽃이었고, 올드카 투어는 그 꽃의 향기를 맡게 해 준 살랑이는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