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청춘 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 성은 Sep 26. 2018

당신의 마음에는 어떤 구름이 있나요.

마흔한 번째 걸음, 애처로운 어른에게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문득 플랫폼 쪽을 바라보니 전깃줄 위에 새털구름이 내려앉았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은 거짓말. 까치의 꼬리 같은 구름 한 줄이 가을 하늘에 오점을 남겼다.







파랗고 높기만 하면 아름다울 하늘이거늘. 하늘은 수시로 그 판이 바뀐다. 구름이 그 판에 한몫한다.

양털 모양의 덩어리 구름 '권적운', 줄무늬 구름 '권운', 양 떼 모양의 '고적운', 두껍거나 편평한 '층적운'

그리고 눈과 비를 내리는 구름 '난층운'까지.


오르락내리락 왔다 갔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사람의 마음은 어쩜 닮아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감정은 구름처럼 움직인다. 마음속 수억 개의 가는 실을 따라 움직인다.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즐거운', 새로운 사실을 알았을 때 '흥미로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자비로운', 믿었던 누군가와의 약속이 어긋나면 '서운'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이유 없는 '외로운'까지.







새파란, 쪽빛, 잿빛, 붉은, 연분홍, 검은.

색까지 자유자재로 변하는 하늘은 일 년 삼백육십오일 동안 예측이 가능할 만큼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보여주는 것에 능한 하늘과 감추는 것에 능한 사람의 마음은 어쩜 이리도 다를까.

직장, 학교, 인간관계. 일상 모든 곳에서 파랗고 붉으며 검은 모든 감정을 감춰야만 하는 때가 온다.

또는 새파랗거나 붉거나 하나의 감정만 끄집어내야 하는 때가 오기도 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 이래야 어른이라는 것.

애처롭고도 서글픈 우리는 어른이다.







집 앞에 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털구름은 자취를 감췄다. 뜨거웠던 가을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 연한 분홍빛이 가득했다.

하늘은 또 한 번 솔직했고, 나는 또 한 번 감췄다.




"다녀왔습니다."


"잘 다녀왔어? 별일 없었어?"


"당연히 없지. 오늘 저녁 뭐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손등에 당신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