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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y 06. 2022

트리 오브 라이프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7위

BBC 선정 21세기 100대 영화 7위. 1위인 <멀홀랜드 드라이버> 를 제외하면 1 ~ 20위 중 가장 난해하고 모호한 영화 일 것 같다. ㅡ 미국제 유럽 예술 영화? ㅡ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ㅡ 20위 중 이제 5개 남았다. ㅡ 시작한다. "딸깍, 딸깍"



01.

처음 제목을 보고 딱 떠오른 생각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혹은 찰스 다윈의 생명의 나무였다. ㅡ 간략히 덧붙이면 생명의 기원 -> 진화 혹은 연결성 -> 순환. 생명의, 우주의 신비? ㅡ 영화를 보면서 3개의 축을 읽었다.


ㆍ초반 40여 분 동안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역동적 영상과 부자연스러운 *엠비언스

ㆍ오브라이언 부인(제시카 차스테인)의 신에 대한 신실함과 독백식 고해 성사. 중세 음악과 목사의 설교. 교차하는 영상 속에 *욥기가 울려 퍼진다.

ㆍ테렌스 맬릭 감독의 대중을 위한 의도(안배)일까? 후반에는 서사에 집중한다. 가부장적 백인 가장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과 오브라이언 부인(제시카 차스테인), 그리고 삼 형제. 멀리서 보면 단란해 보이는 브라이언 가족. 하지만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풍선처럼 긴장감이 맴돈다. 큰아들 잭(숀 펜)은 가부장적(강압적 혹은 청교도적)인 가치관에 저항한다.


* 엠비언스 - 일반 소리 신호의 직접음보다 녹음 현장 주변의 음장을 녹음하기 위하여 마이킹을 하는 것.
* 욥기Job - 기독교 구약 성경의 한 권. 욥이 고난을 겪으면서도 믿음을 지키고 하나님께 마음으로 순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02.

<트리 오브 라이프> 영상 혹은 서사를 있는 그대로 따르다 길을 잃을 수 있다. 길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지도가 있어야 한다. 올바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지도. ㅡ 지도? ㅡ 영화에서 지도는 뭘까? 독백? 가톨릭 음악? 설교? 태초의 소리와 같은 불협화음? 계속해서 힌트를 찾았다. ㅡ 영상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ㅡ 드문드문 이어진 암전, 음소거 등 *청점에 서사를 머금고 음미했다. 이성이 아닌 *인지를 했다.


* 청점聽點 - 소리의 흐름 가운데 어는 한순간
* 인지認知 - 심리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



#또다른 #생각

구스타프 글림프의 ‘생명의 나무’는 신화나 고대 철학을 활용하여 그렸다. 소용돌이치는 나뭇가지는 생명의 영속성을 의미하는 신화에서 유래한 것이고, 빙빙 도는 나뭇가지는 인생의 복잡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나무의 뿌리는 땅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는데, 하늘과 땅의 연결을 의미한다. 이 그림에서 하늘과 땅, 그리고 지하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생명의 나무」는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상징하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_네이버 지식백과 '생명의 나무' 설명



03.

<트리 오브 라이프>는 개연성 있는 서사를 보여주지 않았다. ㅡ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ㅡ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뭐야?" 라고 질문 받는다면 소리, 소리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짙은 어둠 속에서 등장한 불꽃? 혹은 불꽃을 닮은 빛의 움직임. 동시에 불협화음이 들렸다. ㅡ 태초(알파)의 나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어둠 속에서 숨을 쉬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렸다. 어머니의 심장소리 혹은 맥박 소리 일 거다. ㅡ 소리가 좋다. 사랑스럽다. 등의 성질이 아닌 듣고 있으면 불안한 듯 안심이 되는 심연의 음音.


나는 현재의 '나'를 남겨놓은 채 시간을 거슬러 올랐다.



마지막으로...

테렌스 맬릭 감독은 말하고 싶은 게 많았던 걸까? 아니면 이 영화로 정점을 찍고 싶었던 걸까? 자연 다큐멘터리 영상과 픽션 영상의 교차. 인류의 기원과 우주의 기원에 대한 시각적 구현.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 가족을 통한 1950년대 미국 남부의 청교도적 억압은 마치 오브라이언이 행한 가족에 대한 억압과 같았고 마지막에는 큰아들 잭(숀 펜)에게 용서를 청한다. 카메라는 고정되지 않은 채 앞으로 뒤로 위로 아래로 계속해서 움직였고 스윙(흔들)했다. 서사는 끝나지 않은 채 과거, 현재, 미래가 뒤엉킨다. ㅡ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수려했고, 한 인간의 탄생(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한 순간)은 우주의 탄생과 동일한 무작위(확률적)적 특이점이며, 인간의 신에 대한 믿음과 의심(부정)이라는 양가감정의 충돌은 시간을 중화시켜 모호한 이미지로 엔딩을 맺는다. ㅡ


제84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트리 오브 라이프>. 들리는 이야기로는 또다른 후보작 <멜랑콜리아>의 수상이 거의 확정되었지만 멜랑콜리아 감독의 '나치' 옹호 발언으로 인해 탈락 했다는 말이 있다. ㅡ <멜랑콜리아>를 꼭 봐야겠다. 궁금하다. ㅡ 그렇다면 칸의 심사위원들도 <트리 오브 라이프>의 난해함(모호함)을 받아 들이기 어려웠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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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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