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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an 04. 2024

변신ㆍ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변신』은 무한에 가까운 해석의 다양성, 정확한 어휘 사용과 정교함의 끝을 보여 주는 문체, 카프카적 인식이 잘 드러나는 배경, 치밀한 구조적 완결성, 그리고 그 외 많은 요소들 덕분에 20세기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_나무위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변신』을 『율리시스』 다음으로 뛰어난 20세기 산문소설로 꼽은 적이 있다.


『변신』은 재독입니다. 고등학교 당시 책을 읽고 무섭다는 생각,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변신』을 해석한 자료들을 찾아 읽어 본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흘러 줄거리는 다 잊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생생히 각인된 것은 있습니다. 기이함. 누군가, 어디선가 카프카 『변신』 이야기를 하면 몸의 털들이 먼저 반응해 솟아오르는 기이한 반응. 재독과 사유를 통해 이유를 밝히고자 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1883년 프라하에서 태어나 1924년(41세) 프라하에 묻혔습니다. 14년 동안 노동자 재해 보험국에서 법률가로 일하며 저녁이나 밤중에 틈틈이 글을 쓴 카프카는 사후, 카뮈와 사르트르에 의해 본격적으로 발굴되어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1945년 이후에야 독일어권에서 재발견되었습니다.


히틀러 집권기에 원고가 압류·유실되고 세 동생을 비롯한 대부분 친지들이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그의 생애는 명성에 비해 세간에 많이 알려져지지 않은 편입니다.


&


5개의 단편이 실렸습니다. 이 중 3개의 단편이 좋았습니다.


<변신>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자신의 방에서 벌레가 된 채 잠에서 깹니다. 샐러리맨 직업, 가족과의 소통 단절, 하녀의 혐오, 아버지가 던진 사과, 잠자는 서서히 방의 먼지와 어둠 속에 죽어갑니다. 잠자는 가족과 소통에 노력했고, 가족은 잠자의 겉모습(벌레)에 불안한 동거를 합니다.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잠자, 하지만 가족의 경제와 생명 유지를 위한 필요의 도구에 불과한 잠자는 가치가 상실되자 혈연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외면됩니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시스템 속 개인에 대한 고찰은 인간의 불편한 진실을 낱낱이 밝힙니다.


<단식 광대>

카프카의 예술론으로 읽혔습니다. 광대는 관객이 있어야만 삶이 유지됩니다. 단식 광대의 유일한 기술은 단식이었습니다. 매번 기록을 경신하면서 많은 관객에게 주목받았지만, 어느 순간 유행이 지나자 광대는 점점 관객에게 외면당합니다. 어느 날 광대는 초장기 단식 기록을 달성하지만 관객 없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예술은 관객이 있어야만 비로소 존재합니다. 혹은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 단식 광대처럼 덧없는 죽음을 맞은 이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판결>

단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뮈의 『전락』이 오버랩되었습니다. 강렬하게. 마치 평행 우주 같았습니다. 『판결』의 게오르크는 현실적 삶만 생각한 이기적 삶을 살다 아버지의 일갈에 다리로 뛰어가 뛰어내립니다. 『전락』의 클라망스는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 사람의 비명을 무시한 채 지나갑니다. 카프카에서 카뮈로 이어진 다리 위에서 벌어지는 자살이란 특이점. 카뮈는 시스템이란 거대 로봇의 부품화한 인간을 시크하게 비웃습니다.



역시나 카프카였습니다. ㅡ 개인적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고딕한 맛이 빠진, 유럽풍 에드거 앨런 포 단편 같은 느낌 같았습니다. ㅡ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상징들이 나열됩니다. 기이한 장면과 인물묘사 등 명료해 머릿속에 그려지듯 읽혔습니다.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


#한줄감상 - 시스템 속에 종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기기묘묘奇奇妙妙 이야기 …




단편 『시골의사』에서 카프카의 또 다른 소설 『심판』이 생각났습니다. 주인공 요제프 K가 화가를 찾아가는 부분이 『시골의사』의 전체적 내용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초현실주의적 묘사,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듯한, 간간이 등장하는 노래들 … 어쩌면 눈 앞에 펼쳐지는 현상들은 실제라 믿고 싶은 믿음의 장면들일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을 걷어내 바라본 세상은 『시골의사』에서 묘사한 것처럼 혼란 그 자체일 것 같기도 합니다.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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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확실한 직업에 충실하고 예속된 인간형을 그린다. 직업이야말로 현대 인간의 유일한 존재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직업적 기능으로밖에는 묘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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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한다는 것은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참된 존재는 ‘그곳에 소속gehören해야 한다’는 것이 카프카의 생각이었다. 어떻게 세계의 테두리 안에 속할 것인가를 추구한 카프카의 주인공들은 모두 직업을 가지고 있다. 직업을 통해서 세계와 사회 생활에 소속한다고 믿었던 카프카는 문인 생활을 하지 않고, 전공한 법률 지식을 활용하는 공무원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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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공장, 집, 맞은편의 창들이 나를 방해합니다. 가장 심한 것이 햇빛입니다. 햇빛은 주의력을 빼앗아갑니다. 빛은 아마 마음의 어두움으로부터 나오나 봅니다. 빛이 인간을 압도한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지긋지긋하게 잠 못 이루는 밤이 없다면 나는 전혀 글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럴 때면 어두운 독방에 감금되어 있는 자신을 의식하게 됩니다.”


#변신 #시골의사 #단편집 #프란츠카프카






책과 함께한 하루키의 음악 디깅


 키스 재럿KEITH JARRETT - [Bordeaux Concert] 앨범 (ECM / 2022 / JAZZ)


2016년 7월 6일, 프랑스 보르도의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가진 라이브를 담았다. 각각 다른 특징을 지닌 그의 솔로 콘서트 중에서도 가장 서정적인 감동을 전했던 공연으로 알려진 이 작품에는 [The Koln concert)와 [Solo Concerts Bremen-Lausanne)을 떠올리게 하는 내밀하고 아름다운 즉흥연주가 담겨있다. '세상의 소음과 피로함에서 벗어난 시간을 깨달음' 이라는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의 호평을 받았던 공연의 한 순간을 섬세하게 기록하였다. 2017년 뉴욕 카네기 홀에서의 공연 이후 건강 문제로 인해 활동을 중단한 재럿의 가장 최근 연주라는 사실만으로도 소중하개 다기오는 작품이다. _엠엠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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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서정적이에요. 키스 재럿의 라이브를 들을 수 없는 상황에 그의 신곡?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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