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아시스를 열어 놓고 다른 게스트 하우스에 놀러 갔더니 눈길 가는 곳마다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이거는 이렇게 써야 한다 저거는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온 사방에 이런 저런 경고 문구. 심지어 10시 이후로는 술도 못 마신다는 문구도 보였다. 나로서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규칙들이었다. 본인이 열 몇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어렵게 숙소에 도착했다고 생각해보라. 오자마자 온통 보이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고 맥주도 한잔 마음껏 못 마신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불편한 곳으로 기억되겠는 가?
오아시스의 규칙은 이렇다.
[House Rules]
1. Non-smoking indoor for our health
2. Keep carefully your own valuables by yourself.
3. Turn off the air conditioning and lighting before you go out for saving energy.
4. Check in 2pm Check out 11am
5. Oasis guesthouse is allowed almost, if you want to do,,,^^
1번은 내가 폐암 환자이니 당연한 거지만 제일 중요한 내용은 5번이다. 네가 원하는 것은 모든지 다 할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 그리고 전자 제품 등의 작동법에 대한 설명서 하나도 안 붙여 일단 오아시스는 본인의 집이나 아니 엄마가 없으니 집보다 더 편한 곳이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전자 제품은 게스트들이 나보다 더 잘 알고 혹시나 모르는 게 있으면 그때그때 알려주면 되고. 그리고 벽엔 온통 신나는 사진이나 그림 포스터 등으로만 장식해놓았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딱 들어오는 첫 번째 장면이 이런 벽이니 게스트들에게 일단 처음부터 신나고 들뜨는 기분을 들게 해준다.
(그림 18)
(그림 19)
정해진 규칙이 없으니 매일 밤 거실에서 새벽까지 맥주 파티가 벌어진다. 이런 걸 싫어하고 잠만 자러 온 친구들을 다음에 오아시스에 안 올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한다고 상상할 수 없듯이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게스트 하우스를 만들 수는 없다.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고 좋아는 사람은 열광적으로 좋아해주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밤새 술을 마셔도 아침에 나와 보면 깨끗이 정리돼 있다. 컵이라도 하나 그냥 있으면 다음날 나에게 혼난다. 끝까지 누가 그랬는지 찾아내서 직접 치우게 한다. 놀 때는 신나게 같이 놀지만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얘기한다. 그런 일은 거의 없지만.
꼭 지켜야 할 것은 최대한 부드럽게 약간의 유머를 넣어서 만들어 붙였다. 이렇게.
(그림 7)
이 걸 보고 다들 웃으며 본인이 먹은 컵을 씻고 있다. 이렇게 본인이 어질러 놓을 것을 스스로 치우게 했더니 물론 게스트 하우스가 언제나 깨끗한 것도 있지만 본인이 오아시스 게스트 하우스의 청결에 한 몫을 한다는 책임감도 생겨 후기에 깨끗하다는 얘기를 꼭 적게 된다. 그리고 작은 팁을 하나 더 얘기하자면 문구점에 있는 코팅기를 꼭 하나 구비해 놓으라는 거다. 고지 사항이나 게스트들이 그려 준 그림들을 코팅해서 벽에 붙여 놓으면 그 자체로 좋은 장식이 되고 역사가 된다.
-규칙이 없어도 잘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