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2주를 보내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짐을 풀고 빨래를 돌리고, 샤워를 한 후 보이차를 마신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서 숙차를 마실때도 있고 생차를 마실때도 있다. 주로, 저녁에 도착했을 때에는 속이 편안한 숙차를 마시고, 아침에 도착했을 때에는 에너지를 주는 생차를 마신다. 그럼 정말 신기하게 마법처럼 피로가 풀리고 여독이 풀린다.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한 지도 벌써 9개월이 되었다.
난 뭐든 대체로 빨리 푹빠지고 그만큼 빨리 질리는 편인데다가, 꾸준하게 하는 걸 잘 못하는 편인데 보이차는 무려 9개월째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마시고 있다. 꾸준히 보이차를 마셔야 겠다고 특별히 마음 먹은 것도 아닌데, 보이차가 주는 매력이 너무 크다보니 큰 노력없이도 저절로 꾸준히 마시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왜 보이차를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보이차가 주는 그 매력이 무엇인지 9개월차 보이차 덕후의 입장에서 정리해 보려한다.
보이차가 좋은 첫 번째 이유. 마음이 차분해 진다.
커피를 마시면 각성효과가 있어서 정신이 버쩍든다.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는 홍차나 녹차를 마셔도 어느정도의 각정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보이차를 마시면, 특히 오랜기간 숙성된 보이차를 마시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편안해진다. 어디에선가 들은 말인데, 직원에게는 홍차를 주고, 거래처 에게는 보이차를 대접하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홍차를 마신 직원은 각성해서 열심히 일하고, 보이차를 마신 고객은 마음이 풀어지고 편안해지니 협상이 더 잘 된다는 뜻이겠지?
나도 마음이 좀 심란하거나 어떤 일 때문에 화가나는 날에는 자연스럽게 보이차를 찾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차를 우리고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천천히 차맛을 음미하며 차를 마시다보면 어느덧 차분해져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명상을 하기 전 마시는 보이차는 꼭 마법과도 같다.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 일찍 일어나 보이차를 마시고 위빠사나 명상을 하는 시간인데, 아침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그 날 하루의 행복이 좀 더 올라감을 느낀다.
보이차가 좋은 두 번째 이유. 속이 따뜻해지고 편해진다.
나는 몸이 찬편이고 추위를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유난히 많이 타는 편이다. (여름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늘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이유도, 한국의 겨울이 나에게는 견딜 수 없을 춥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다른 해보다 좀 수월하게 겨울을 날 수 있었는데, 2월부터 꾸준히 보이차를 마신 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보이차를 마시면, 특히 기운이 센 생차를 마시면 몸 속 깊은 곳부터 따뜻한 에너지가 채워짐이 느껴지고, 30분 에서 한 시간 정도 후에는 몸에서 땀이난다. 이 때 나는 땀은 운동해서 나는 땀, 혹은 더워서 나는 땀과는 또 그 느낌이 조금 다른데 정말 속부터 따뜻하게 채워져서 나는 열기로 만들어지는 땀의 느낌이다. 그래서 보이차는 생리통, 변비, 소화불량등에도 좋다고 한다. 나는 컨디션이 안좋거나 감기기운이 있을 것 같으면 그날은 특히 더 열심히 보이차를 마시는데, 샤워하고 보이차를 열심히 마신 후 비타민 하나 먹고 푹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이 훨씬 좋아져 있음을 느낀다.
보이차가 좋은 세 번째 이유.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운남 지역에서 생산되는 찻잎을 발효해서 만든 차를 보이차라고 일컷는데, 운남지역이 워낙 큰 지역이다보니 운남의 어느지방에서 만들었는지, 어느 차창에서 만들었는지, 어떤 연도의 찻잎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숙성했는지에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보이차가 있다. (마치 와인처럼!!)
크게 보이차는 숙성 방법에 따라 생차와 숙차로 나뉘고, 얼마나 오래 숙성되었는지에 따라서는 또 노차와 어린차로 나뉜다. 차 잎의 퀄리티도 보이차의 맛과 품질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건 이 모든 것들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차 맛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차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먹었을때 느껴지는 느낌이 달라진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그 날의 느낌에 따라 먹고 싶은 보이차가 달라진다. 나는 겨울에는 숙차가, 여름에는 생차가 땡겼는데, 다시 날씨가 쌀쌀해지니 편안한 숙차를 더 자주 찾게 된다.
보이차가 좋은 네 번째 이유. 하루종일 언제든 마실 수 있다.
아침 부터 잠들기 전까지 보리차처럼 하루종일 언제든 마실 수 있다. 물론 보이차에도 카페인이 있다. 하지만 카페인 성분은 보통 처음 우리는 탕에 많이 빠져 나오는데 보이차를 마실때 첫 탕은 버리고 마시기 때문에 다른 차에 비해서 비교적 카페인 섭취량이 낮다. 또 만약 카페인을 덜 섭취하고 싶으면 첫 탕을 좀 더 길게 우려서 카페인 성분을 더 많이 빼주면 되기 때문에 언제 마시는지에 따라 카페인의 조절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 에너지가 쎈 생차를 아침에 마시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숙차는 밤에 마시는 편인데, 숙차를 마시고 잠을 자면 좀 더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보이차가 좋은 다섯 번째 이유. 소장 가치가 있다.
보이차는 나이가 들 수록 가격이 오른다. 녹차나 홍차 커피는 유통기한이 있어서 사고나면 빨리 먹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 보이차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오른다. 지금 사놓은 보이차가 10년 20년 후에는 10배 20배로 가격이 뛰어 있을 수도 있는 것! 뭐 굳이 팔지 않더라도, 보이차가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를 더해가고 그 맛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변화시킨다는 건 그냥 좀... 감동적이다. 나도 시간이 지날 수록 보이차처럼 스스로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하며 반성도 하게 되고... (또르르..)
보이차를 마신지 아직 9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보이차는 나에게 여러모로 많은 것들을 선물해 주었다. 특히나 기분이 울적하거나 화가 날 때 술 대신 건강하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여러모로 많은 위안이 된다. (그렇다고 내가 술을 아예 안마신다는 건 아니다..... 사실 보이차 + 위스키는 꿀조합이다.)
나의 사랑 보이차!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