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Knock! Knock! 03화

Life in 휘슬러

지극히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휘슬러의 삶

by 림스

휘슬러에서 대략 1년 정도 살았다. 집도 구했었고, 일도 구해 제법 사람 구실 하며 살았었다. 휘슬러에 대해 잘 안다고는 말하기 힘들겠지만, 경험했던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1년 동안 살면서 사람에게 중요한 의식주를 포함해 휘슬러 전반적인 삶에 대해 써보겠다.


1. 집


휘슬러는 캐나다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 중 하나이다. 휘슬러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겨울 시즌에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다. 특히 휘슬러 빌리지 근처 작은 방을 구하려면 월 1000불씩 내야 한다고 한다. 1000불씩 하는 방이 오로지 나 혼자만 쓰는 방이 아닌 룸메이트들이 있다. 2명 혹은 3명까지 있다고 한다. 각 인당 1000불씩 받는다. 전기세나 난방비는 따로 받는 곳도 있다. 훗날 돈이 아주 많이 생긴다면 나는 무조건 휘슬러에 땅을 살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집을 잘 구했다. 집 한 층을 한국인 4명이서 빌려 쓰고 있다. 한국인 형과 같은 방을 쓰고, 기숙사에서 쓰는 2층 침대가 아니라 각자 싱글 침대 하나씩 쓴다. 그 방을 한 달 월세 700불에 구했다. 게다가 옷장도 있고, 창문도 있다. 크기도 작지가 않아 좋다. 휘슬러 빌리지 근처이며 일하는 곳을 걸어서 다닐 수도 있다. 전기세와 인터넷비는 따로 지불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저렴하게 잘 구했다. 버스비를 아낀다고 생각하면 휘슬러에서 그렇게 비싼 값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같이 사는 사람들도 친절하고 잘 맞아서 좋았고, 집주인분도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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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러에서 1년 동안 살았던 집



2. 일


휘슬러에서 살면서 일을 두 군데를 다녔었다. 공교롭게 그 두 군데 모두 호텔이었다. 처음으로 일했던 곳은 메리어트 계열에 웨스틴 호텔이었다. 하는 일은 하우스 키핑, 즉 손님들이 머문 방을 치우는 일을 한다. 방에 들어가 손님이 썼던 침대 시트를 싹 걷어내고, 새로운 시트를 가져와 침대를 만든다. 호텔 침대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몰랐다. 5가지 정도의 시트가 들어가고, 큰 이불로 덮는다. 하우스 키핑 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일주일 정도 만드니깐 침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아직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속도가 더 붙으려면 모든 일이 그렇듯 반복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웨스틴의 대부분의 방엔 주방이 있다. 다양한 주방 도구들이 있고, 컵과 접시들이 주방 각자 위치해있다. 가끔 몇몇 손님들이 음식을 해 먹고 설거지를 안 하고 가면 이제 그만큼 치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행히 설거지해주는 기계가 방안에 있어 직접 설거지는 안 해도 되지만, 아예 안 쓴 상태이면 휘파람을 불며 일을 했었다.


마지막으로 청소기를 돌려주고 욕실 바닥이나 주방 바닥을 마포질을 해주면 끝이 난다. 이렇게 체크 아웃 방을 치우는데 나는 보통 1시간을 잡는다. 나보다 더 오래 다닌 사람들은 40분 안에 끝낸다고 한다. 겨울 시즌엔 더 바빠 빨리 치워야 한다. 하지만 청소를 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스케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즉 일이 없었다.


KakaoTalk_20200904_163155323.jpg 웨스틴 호텔


6월이 되자 일이 줄어들었다. 비수기에서 성수기로 넘어가는 기간이었는데, 그 기간 동안에는 일이 많이 없었다. 신입인 나에게는 더더욱 없었다. 일주일에 하루 스케줄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쉬는 날이 많아 좋은 시절은 학창 시절뿐이다. 밖에 나와 살면 쉬는 날이 많다는 것이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하루 스케줄을 받은 주에 가장 걱정된 것은 위에서 말한 월세, 식비 같은 지독하게 현실적인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자 한 달이 조금 지난 후 다른 호텔로 옮겼다.


두 번째로 옮긴 호텔은 포시즌 호텔이다. 여기서도 하우스키핑 일을 했다. 두 번의 면접 끝에 입사했다. 3일간의 신입사원 교육을 듣고 곧바로 하우스키핑 교육에 들어갔다. 포시즌에서는 5일 간 슈퍼바이저에게 교육을 받고 혼자서 일하기 시작한다. 웨스틴과는 다르게 주방이 없었지만, 화장실이 컸다. 그래도 한 번 해봐서 그런지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었다. 또 하우스키핑 부서에 한국인들이 많아 모르는 것이 있어도 어렵지 않게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포시즌 호텔에서 내 워킹 홀리데이가 끝이 날 때까지 일을 했다.


이렇게 일을 해서 시간당 17.75불(2019년 기준)을 받았다. BC주 최저시급보다 약 4불 정도 더 받지만 세금을 20% 정도 떼 간다. 특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세금은 65세가 넘으면 받는 세금까지 외국인인 나한테까지 빼간다는 것이다. 그래도 캐나다는 2주에 한 번씩 급여를 받기에 한 달에 기분 좋은 날 이틀은 확보했다.


3. 휘슬러 분위기


휘슬러는 캐나다 대표적인 관광지다. 빌리지 내 사람들이 대부분 관광객들이라 표정들이 항상 밝다.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 반대편에 오는 사람을 마주치면 항상 웃으면서 인사를 해준다. 처음엔 적응이 못했다. 아니할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은 내가 땅을 보고 있으면 시선이 마주칠 때까지 기다리다가 마주쳤을 때 인사를 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두 달 정도 되니깐 조금씩 적응이 되어 같이 인사를 하고 스몰토크를 나누곤 한다.


한 번은 아는 형네서 빌리지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을 하다 버스를 눈앞에서 놓쳤는데 그 뒤에 있는 차가 나를 시내까지 태워다 줬었다. 차에 타니 나와 같은 상황인 것 같은 다른 캐나다인도 옆자리에 타고 있었다. 낯선 사람에게 품는 신뢰와 주는 선행을 그 캐나다인에게 받았다. 그렇게 버스비도 안 들고 시내까지 빠르게 올 수 있었다. 이렇듯 대부분 사람들이 친절하다. 베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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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저녁 분위기


캐나다에 와서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 있다. 바로 교통 문화. 캐나다 차들은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캐나다 차들은 사람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준다. 충분히 차들이 지나갈 수 있는 거리에 있음에도 사람을 기다린 다음에 차가 지나간다. 이런 사소한 차이가 캐나다가 왜 선진국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휘슬러엔 캐나다인들이 많다. 휘슬러를 오기 전에 밴쿠버 마린 드라이브 역 근처에 잠시 3주 동안 머물렀다. 그곳엔 중국인들과 인도인이 너무 많았다. 여기가 캐나다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마트에 가려고 집 밖을 나갔는데, 가장 본 사람이 중국인이었고, 심지어 내가 가려고 했던 마트도 중국 브랜드 마트였다. 그 마트는 중국인만 채용했다. 밴쿠버보다 확실히 캐나다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다.


4. 날씨


휘슬러는 여름과 겨울 크게 두 가지의 계절로 나뉜다. 봄과 가을 언제 왔는지도 모른 채 스윽 가버리는 구름처럼 왔다 간다. 휘슬러의 여름은 오전에는 조금 쌀쌀하다가 낮에는 온도가 올라간다. 28도에서 30도까지 올라간다. 햇빛이 따가워 대부분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 패션이기보다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하지만 그늘에 가면 마른바람이 불어와 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날씨이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바이크를 타거나 레이크에 가서 수영을 즐긴다. 휘슬러에는 많은 레이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가능하다. 레이크에서 선텐을 즐기면서 책을 읽거나 친구들끼리 맥주를 마시며 수영을 즐긴다.


해도 10시가 되어도 쉽게 지지 않는다. 지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쉽사리 지지 못한 해가 낮 동안 강렬하면 할수록 맥주의 청량감은 더 짜릿하다. 낮이 맑으면 맑을수록 밤하늘의 별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에 떠있으며 유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마치 누군가 스튜디오를 내 머리 위에 만들어놓은 것처럼 밤하늘이 가깝게 느껴진다. 이런 날만큼은 달이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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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Lake


휘슬러의 겨울은 언제나 눈이 온다. 1월을 기점으로 눈이 엄청 오는데, 2020년 1월, 한 달 동안 28일이나 눈이 왔다고 했다. 28일 동안 휘슬러에 온 눈의 양은 4.5M라고 했다. 그만큼 눈이 많이 온다. 이러한 기후 탓에 제설작업은 잘 되어있다. 새벽부터 트랜스포머 같은 차들이 도로에 나와 제설 작업을 한다. 처음 보는 차들이기에 신기했고, 그 고생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스키장이 유명한 것 같다. 가격은 비싸지만 휘슬러 스키장을 가면 후회는 안 할 것이다. 새벽에 갓 내린 눈을 밟고 스키나 보드를 타면 한국에서의 인공눈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 파우더 같은 느낌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겨울이기에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진다. 보통 4시면 해가 진다. 그 기준에 맞춰 스키장도 문을 닫기 때문에 야간 스키라는 개념이 없다. 추위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가끔 3~4일씩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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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키 만큼 쌓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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