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Knock! Knock! 04화

휘슬러 바이크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휘슬러의 삶

by 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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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러에서 스포츠 하나 정도는 즐길 줄 알면 좋다. 휘슬러에서 즐길만한 것이 스포츠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즐겼던 유흥을 생각하면 휘슬러에서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다. 보통 겨울에는 스키나 보드를 많이 즐긴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당시 스키와 관련된 종목들이 휘슬러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겨울 시즌이 되면 전 세계 스키나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휘슬러로 모인다. 휘슬러 로컬 사람들은 겨울 스포츠 장비를 한 세트씩은 가지고 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도.


여름에는 주로 자전거를 즐긴다. 겨울에 스키나 보드를 즐기게 해 줬던 산들이 여름에는 산악자전거 코스로 변한다. 여름에도 겨울 못지않게 많은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그 산을 올라가려면 시즌 패스권을 사야 한다. 모든 것이 비싼 휘슬러에서, 특히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워홀러가 시즌 패스권으로 산을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렇다면 휘슬러에서 바이크를 즐길 수 없을까? 아니다. 휘슬러의 가장 큰 장점은 바이크 트레이 길이 잘되어 있다는 점이다. 굳이 비싼 시즌 패스를 사서 산을 올라갈 필요는 없다. 휘슬러 빌리지 외곽의 길들도 알맞게 포장이 되어있어 바이크를 즐기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바이크를 타다가 ‘이곳에 앉을 만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벤치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앉아 잠시 쉬면서 음악을 들으며 핸드폰을 할 수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기 좋고, 지나온 삶을 생각하며 보수 또는 수리하기 좋은 곳이다.

휘슬러 바이크1.jpg 밴치에 앉아 멍 때리면서 바라보던 호수

휘슬러 트레이 길의 가장 큰 특징은 환경이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하늘을 보기 힘든 나무들로 우거진 숲 속의 길이었다가, 조금 더 밟으면 아름다운 구름이 피어있는 하늘이 펼쳐지며, 어느 순간 아래 에메랄드 호수가 날 기다리고 있다. 휘슬러의 자전거 길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이토록 매력적이다. 모든 것들이 비싼 휘슬러에서 이 아름다운 것들이 유일하게 무료다. 숲이나 호수는 본래 주인이 따로 없고, 바라보는 사람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조금의 노력으로 이 아름다운 것들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여름 휘슬러에서 바람은 선선했으며, 호수에 일렁이는 물결은 부드러웠다. 평화로운 모든 것들이 여유 넘쳤다.


이런 공간들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빨리 페달을 밟으면 빠르게 공간이 바뀌고, 느리게 밟으면 느리게 환경이 변한다. 매번 탈 때마다 바이크의 콘셉트를 내가 정할 수 있다. 그러다가 호수 근처 밴치에 홀로 앉아 있다면 대자연 속에서 사적인 공간을 느낄 수 있다. 그곳엔 하늘, 구름, 산, 나무, 호수 그리고 나밖에 없다. 홀로 있을 때의 침묵이 나쁘지 않았다. 바람이 휩쓸고 사라지면 호수에는 잔물결이 일어난다. 그 속 정적에 귀를 기울이면 정신적으로 편안해지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나와 자연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휘슬러에서 느낄 수 있다. 푸르스름한 하늘 아래 맑은 호수가 주는 풍광이 내 마음에 새겨졌다.


휘슬러 길은 기본적으로 산길이 많다. 때문에 오르막과 내리막의 구간이 심하다. 오르막을 힘들게 오른 다음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내리막을 즐기면 휘슬러의 여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업 힐은 개처럼, 다운 힐은 정승처럼’이라는 바이크 업계의 명언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다.


이처럼 휘슬러는 겨울의 스키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여름도 아름답다. 사실 개인적으로 여름을 더 추천한다. 해도 길고, 마른바람을 맞으며 호수에서 수영을 즐겨도 된다. 여름의 휘슬러도 이토록 매력적이기에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휘슬러 일상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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