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카드 결제 안 돼요

Life in Canada

by 림스

지난 7월 초, 잔잔하고 마른바람이 불어오는 창문을 열며 아침을 맞이했다.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고 와이파이에서 데이터로 바꿨다. 평소대로 데이터로 바뀌었는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채 곧바로 에어팟을 귀에 꽂았다. 멜론 어플에 있는 노래를 선택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고 한참을 달렸다. 평소와 같은 상황이면 이미 노래가 시작되야하는데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고 애꿎은 바람만이 내 귀로 들어왔다. 자전거 페달을 멈추고 아이폰을 확인했다. 데이터 연결에 실패했다는 문구. 다시 시도해도 똑같았다.


"갑자기 왜 이래."


자전거로 출근을 했기에 노래를 포기하고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7월 8일 새벽부터 캐나다 통신사인 로저스에 통신 장애가 있다는 소식. 나는 로저스의 자회사인 '파이도'라는 통신사를 쓰고 있어 내 데이터가 연결이 되지가 않았다. 인터넷으로 캐나다 기사를 보니 캐나다 전역에 로저스 라인이 먹통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말 그대로 캐나다 전역에 로저스 라인을 쓰는 개인이나 기업, 사업자들은 인터넷 이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ATM까지 먹통이 되었다. 현금이 없고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들은 돈이 계좌에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KakaoTalk_Photo_2022-08-12-22-47-12 002.jpeg 인간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고 있든 잘만 돌아가는 자연


통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금융까지 피해가 번졌다. 로저스 통신사를 기반으로 사용되는 카드기기가 먹통이 되었기 때문. 카드 결제가 많은 편의점뿐만 아니라 일반 식당들의 소상인들까지 모두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다. 심각한 것은 로저스 통신사로 쓰는 핸드폰이나 전화기는 응급 전화인 911까지 이용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만약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인터넷과 응급전화까지 안 되면 어떠할까? 아찔하다.


그날 하루 동안 내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은 "오늘 카드 안 돼요..."이었다. 대부분 뉴스를 보거나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카드가 안 되었기에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딱히 추가적인 설명은 필요 없었다. 카드가 안 돼서 돌아가는 손님들이 꽤 많이 있었다.


항상 카드 결제를 하는 손님이 있었다. 그 손님은 체크카드만 사용했는데, 그날 어떠한 물건도 살 수 없었다. 담배를 사러 온 손님들도 카드 결제가 먹통이자 욕을 하며 나갔다. 로저스 라인을 사용하지 않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유는 로저스는 캐나다 전역에서 1000만 명이 쓰는 통신사이기 때문. 예를 들어 SKT, KT가 먹통이 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다행히 7월 8일 날 발생한 통신 장애는 7월 9일 새벽에 복구되면서 9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었다. 7월 9일 로저스 CEO는 핵심 네트워크 업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고 테러나 바이러스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KT 사태와 같은 것이었다.


피해 보상을 약속하며 사과문을 마쳤다. 그리고 얼마 후 피해 보상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발표를 본 로저스 고객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보상은 통신비 2일 치 금액을 다음 달 요금 통지서에서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2일 치 평균을 내보니 한 사람당 4불, 한국돈으로 4000원인 수준이다. 어떤 우버 운전자는 하루 동안 인터넷이 안되어 200달러 손해를 봤다는 사람도 있었고, 레스토랑이나 소상공인들은 피해가 더 크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패스트푸드 대기업 MTY 그룹은 이번 사고로 수천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고 정확한 손실 규모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난 여론 속 로저스는 피해 보상 관련 재발표를 했지만 기가 찼다. 2일 치가 아닌 5일 치 보상을 해주겠다. 사람들은 우리를 우롱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퀘벡에서는 로저스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할 것을 발표했다. 결국 로저스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1억 5천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500억 원을 고객에게 보상한다는 예상 안을 발표했다. 시기는 다음 분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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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근에 카드 결제만 이용해왔다. 한국에서부터 현금을 쓸 일이 거의 없었고 카드 결제에 익숙해졌었다. 그 습관은 캐나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여긴 애플 페이가 가능해 아이폰을 쓰는 나에게 최적의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 일을 겪고 어느 정도 현금을 비상용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완벽할 수 없었다.


인터넷이 우리 삶 속에서 지니고 있는 무게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루만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해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우리는 이제 알게 되었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두 얼굴 중 한쪽은 편안함이지만 다른 한쪽은 그저 웃고만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진짜 얼굴을 마주했을 때 우리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제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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