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ie in Canada
어른들이 왜 로또를 사는지 알지 못하던 어린 시절, 집 앞 엄마와 편의점을 갔다. 엄마는 나에게 좋아하는 번호를 불러달라고 했고, 나는 당시 내가 좋아했던 숫자를 불렀던 것 같다. 엄마는 웃으며 내가 말한 번호를 로또 용지에 마킹을 했다. 로또 계산을 하고 엄마와 편의점을 나오면서 엄마는 내게 이렇게 말을 했다. 만약 당첨이 된다면 무적 캡틴 사우르스 장난감 세트를 사주겠다고. 무적 캡틴 사우르스 장난감은 그 당시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물질적인 행복이었다. 하지만 로또가 당첨되지 않으면서 장난감 세트는 갖지 못했다.
로또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아이가 이제는 로또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 로또가 아닌 캐나다의 로또를. 한국과 다르게 캐나다의 로또는 종류도 많고 복잡해 처음에 꽤나 헷갈렸지만 지금은 이해했다. 왜 어른들이 무표정으로 로또를 사는지도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었다.
캐나다 로또 맥스라는 로또가 있다. 캐나다 전역을 상대로 추첨을 하기에 모아지는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주마다 로또의 종류도 다르다. 캐나다에서는 당첨 금액 상한선이 있는데 무려 700억이다. 몇 주째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현재 캐나다 로또 맥스 당첨 금액은 700억이다. 오징어 게임 우승 상금보다 많은 액수이다. 당첨 금액이 크다 보니 평상시 로또를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도 로또 구매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로또 자동을 하시는 손님들에게 로또 번호가 인쇄된 종이와 함께 질문을 던진다.
700억 로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대답은 나이대별로 달랐고 재밌는 답변도 많았다. 나이가 있고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자식들에게 물려준다거나 지역 사회에 기부하신다는 말을 하셨다. 2~30대 손님들은 세계 여행이나 집과 차를 산다는 말을 했다. 주식과 금, 부동산 등 재산을 분배해 관리한다는 분도 계셨고, 이 동네 집을 다 사버리겠다는 분도 계셨다. 의외로 모르겠다는 답도 많았다. 너무 금액이 크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신선한 대답도 있었다. 강아지 4마리를 입양해 북미 전역을 로드 여행을 다니겠다는 손님이었다. 처음에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다며 웃다가 강아지를 좋아한다며 내놓은 대답이었다. 낭만적이면서 귀여운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만약 자신이 당첨되면 나에게 몇 퍼센트 나눠 주신다는 분들도 있었고 집을 사준다는 분도 계셨다. 항상 나가면서 하시는 말씀이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나에게 돈을 주시는 분들은 없었다. 당첨이 안 된 것일 수도 있지만 돼도 아마 안 오시지 않을까 싶다. 크게 기대를 안 한다.
불확실한 세상 속 확률이 희박한 숫자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 경제가 어려울수록 로또 판매액이 증가하는 현실은 그만큼 우리의 삶 속에 희망이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통계다. 사람들이 로또를 구매하는 이유는 로또를 구매하는 행위를 하면서 몇 일치 분량의 희망을 사는 것 같다. 내가 로또를 구매하는 분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 이유는 대답을 위해 잠시 고민하면서 짓는 표정이 밝기 때문이다. 매우 낮은 확률인 것을 알지만 상상만으로도 잠시 행복해지는 순간. 그런 순간을 로또와 같이 드리고 싶은 게 질문의 목적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로또를 샀다. 신선한 바람이 나를 스치며 가을 특유의 계절 냄새가 함께 실어왔다. 상쾌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름 없는 행운을 상상했다.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이번 로또도 몇 일치 분량의 희망을 산 느낌으로 허무한 결말을 맞이 할 것이다. 그래도 뻐근한 일상 속에 스쳤던 행복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