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울리는 땡스기빙 데이

Life in Canada

by 림스

캐나다의 땡스기빙 데이(Tanksgiving Day)는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은 개념의 날이다. 10월의 2번째 주 월요일로 정하면서 자연스럽게 3일 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후 출근이었던 나는 자전거로 출근을 했다. 거리는 명절 분위기가 제법 느껴졌다. 텅 빈 도로, 상기된 얼굴을 하며 장을 보는 사람들. 이방인인 나에겐 그저 평범한 날로 느껴졌다.


편의점에 도착했다. 제법 안면이 튼 손님들은 계산을 마치고 나가면서 해피 땡스 기빙 데이~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단골손님 중 한 명인 스캇이 들어왔다. 오늘은 평상시와 다르게 긁는 복권을 대량으로 구매를 했다. 나는 의아해하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스캇은 오늘 땡스기빙 데이 디너파티가 있는데 이벤트로 준비해 가려고 한다고 내게 말했다. 이벤트는 각자 준비해온 스크래치 복권을 교환하고 만약 당첨금이 크게 나온다면 가족끼리 나누는 이벤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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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명절을 즐긴다고 하니 한국의 명절이 떠올랐다. 우리 집이 큰 집 인터라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이곤 했다. 그런 명절의 날들이 떠올랐다. 엄마의 명절 증후군을 이해하지 못한 시절, 나는 그저 사람들이 우리 집에 오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어 그저 좋았던 기억들만 사진처럼 남아있다. 명절 마지막 날엔, 동네 친구들과 맥주집에 가서 시간을 보내며 명절을 마무리했던 추억들이 바람이 스치듯 내 머릿속에 잠시 불어왔다.


추억을 잠시 뒤로 둔 채 남겨진 일들을 처리했다. 그러던 중 문이 열렸고, 보니 할머니가 들어왔다. 보니 할머니는 편의점에서 15년가량 일을 했고, 현재는 은퇴를 하고 남은 여생을 홀로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위탁 가정을 하며 보내고 있다. 현재도 2명의 어린아이들을 케어하고 계시고, 예전부터 편의점 일과 위탁 가정을 병행하셨다고 들었다. 이미 성인이 돼서 사회에 나간 아이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


보니 할머니는 내가 막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를 했다. 일에 관해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면 항상 친절하게 웃으며 대답해주시곤 하셨다. 그리고 은퇴 후 아이들과 산책을 나오시면 항상 웃으며 나에게 인사해주셨다. 나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땡스기빙 데이인 오늘도 아이들과 산보를 나오셨다.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고, 나에게 질문을 던지셨다.


"오늘 저녁에 땡스 기빙 데이 음식 좀 가져다줄까?"

"오, 만약 괜찮으시다면 저야 좋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저녁에 가져다줄게!"


보니 할머니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편의점을 나가셨다. 그리고 저녁 6시 즈음 음식을 내게 가져다주러 오셨다. 칠면조와 으깬 감자와 고구마, 크렌배리 소스 그리고 후식까지 나를 챙겨주셨다. 따스한 기운을 지닌 음식은 캐나다의 정을 물씬 느끼도록 만들었다. 나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고, 보니 할머니는 나를 안아주셨다. 그러다 문득 한국에 계신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보니 할머니의 걷는 모습은 우리 할머니와 같았다. 통통한 체형과 키가 작은 공통점을 가진 두 분이 때때로 겹쳐 보였다.


KakaoTalk_Photo_2022-10-26-01-14-27 002.jpeg 보니 할머니가 주신 음식


저녁에는 손님이 뜸했다. 다들 가족과 함께 저녁을 즐기는 것 같았다. 맘 편히 보니 할머니가 주신 음식들을 즐길 수 있었다. 이따금 후식을 사러 온 손님들과 보니가 준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도 같이 기뻐해 주었고, 시간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듯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선선한 바람이 내게 쏟아졌다. 상쾌한 가을의 향기와 함께 파아란 구름이 하늘에 걸려있었다. 한동안 내 마음의 구름은 검은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새 파아란 구름으로 변해있었다. 한 사람의 호의가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었고, 지금 이 순간만으로 충분해 더 이상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마음이 검다고 해서 이 감정이 진짜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다는 것을 알게 된 하루,


검은 마음도 구름처럼 언젠가는 파아란 마음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오늘,


캐나다 땡스 기빙 데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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