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편의점에서 일하면 생기는 일

Life in Canada

by 림스

캐나다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일들이 펼쳐진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캐나다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담배 표지 교환 손님


캐나다 담배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답배 겉표지에 경고 문구와 혐오스러운 사진이 부착되어있다. 금연하지 않으면 사진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경고. 캐나다 담뱃갑은 포장과 색상이 종류와 상관없이 동일하다. 사진은 랜덤이다. 나는 손님이 달라는 담배를 주고 계산을 완료했다. 하지만 손님은 사진이 무섭다며 다른 사진이 부착되어있는 담배로 달라고 하셨다. 힘든 상황은 아니지만 의아하긴 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답배갑에 부착되어 있는 사진들이 어느 정도 발휘하는 것 같긴 하다.


잔돈이 부족해요


전 날에 사장님께서 하루 정산을 하고 계산대에 현금을 많이 넣어놓지 않으신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엔 잔돈을 많이 가지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 100불, 50불 지폐로 계산을 하시는 손님들을 마주하면 곤란하다. 아침엔 가지고 있는 잔돈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손님들은 몰아서 온다. 가끔 단골손님들에게 잔돈을 조금 바꿔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한다. 아침부터 피곤해진다.


KakaoTalk_Photo_2022-10-28-23-39-54 004.jpeg 퇴근길


손님이 왕


말 그대로 물건을 찾는 시도조차 안 하고 본인이 원하시는 모든 물건들을 내게 질문하는 손님이다. 들어오자마자 자신이 구매하고 싶은 물건들을 내게 나열한다. "헤이! 계란, 베이컨, 빵, 사과주스" 그리고 나의 안내를 원하신다. 다른 손님의 계산을 도와주고 있어도 그분에겐 중요하지 않는 일이다. 베이컨 우유 계란 등 조금만 찾으면 보이는 것들이지만 찾는 시도 따위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웃으며 직접 안내해드린다.


화장실의 저주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출입문 알람이 울린다. 누군가 문을 열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는 신호이다. 참 신기하게도 몇 분 동안 손님이 없다가 내가 화장실에 가기만 하면 들어온다. 화장실 가기 전, 출입문을 열어 편의점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화장실에 가도, 어김없이 출입문 알람이 울리는 날이 있다. 주차되어있는 차와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빨리 해결하고 나가는 수밖에. 도둑일 수도 있으니.


방과 후 초딩 러시


편의점 근처엔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그곳엔 당연히 어린 학생들이 다닌다. 그들이 몰려오는 날이 있다. 날이 아주 좋은 날이면 새 때처럼 몰려온다. 몰려와서는 아이스크림과 슬러시 그리고 각종 과자들을 원한다. 한 번에 몰리면 30~40명은 기본이다. 혼자 일하기엔 벅차 다른 직원이 도와주거나, 사장님이 도와주러 오신다. 주로 혼자 일하지만 방과 후 초딩 러시는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 시끄럽고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가 막히게 여름이 지나고 비가 오면 이러한 러시는 잠잠해진다. 여름이 지난 지금 너무 행복하다.


KakaoTalk_Photo_2022-10-28-23-39-51 003.jpeg 여름이 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나에게 펼쳐지는 날들이 있다. 잔돈도 부족하고, 화장실은 가고 싶은데 많은 학생들이 들이닥치는 경우. 이러면 세상이 날 억지로 까내리는 기분을 받는다. 왜 이런 시련을 내게 주는 거지라고 속으로 외쳐도 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냥 하는 수밖에.


물론 위의 일들이 어려운 일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꼬이는 날들이 있고 위의 일들이 반복되는 날에는 표정을 컨트롤 할 수 없다.


편의점 일이라는 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편의점이나 작은 마트에 다녀와야 할 예정이라면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께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저런 상황들을 마주 하고 있는 직원이라면 당신의 고맙다는 한 마디가 그분들의 표정을 조금은 풀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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