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이 심각한 캐나다

Life in Canada

by 림스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가 19살이었다. 수능을 마치고 친구들은 알바를 구하기 시작했었다. 수능이 끝난 터라 출석 체크만 하고 돌아오는 게 일상이었던 19살의 겨울. 오후 3시 출근으로 시작해 11시 정도까지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몸으로 하는 일이기에 온 몸이 쑤셨다.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해야 했고, 무거운 짐들을 효율적으로 탑차에 실었어야 했다. 조금만 레일이 밀리면 작업반장이 와서 한 소리를 해댔다.


"너희 말고 일할 사람은 많으니깐 하기 싫으면 그만둬."


날씨만큼 차가웠던 작업 반장의 말 한마디. 학교라는 울타리에 나와 처음으로 들었던 누군가의 쓴소리였다. 죄송하다고 말하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최저 시급으로 가장 신체 건강한 19살 청년들을 고용했으면서 저렇게 까지 말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4850원으로 택배 상하차 일은 야박했다.


몇 주 지나고 일이 없다는 말과 함께 우리들은 해고됐다. 봄에 다시 일이 많아지니 그때 나오라는 말과 함께 우리를 집으로 보냈다. 군말 없이 한 대가가 자기들 필요할 때만 쓰인다는 것을 머리 아닌 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여러 알바를 했다. 고깃집과 맥주집 서빙, 건설 현장 보조, 대학교 사무 보조, 전단지 알바, 떡 공장 알바, 각 종 스포츠 이벤트 진행 알바 등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은 일들을 했다. 그때 당시 했던 일에서 배운 경험과 눈치로 지금 캐나다에서도 욕 안 먹고 일을 하고 있다. 작은 일이라도 쌓이면 언젠가 다 돌아온다는 것을 이제 알고 있다


KakaoTalk_Photo_2022-09-02-00-33-14.jpeg 퇴근길


한국에서 인력난이 심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한국만이 문제가 아니라 캐나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러한 현상은 일어나고 있다. 건설업과 운송업 그리고 서비스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호텔과 대형 마트 그리고 레스토랑들은 항시 채용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B.C 주에 있는 호텔들은 현재 인력난이 심각해 겨울 성수기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걱정이 많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교외 지역이다. 밴쿠버 같은 대도시는 그나마 낫지만 내가 살고 있는 스쿼미시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많은 레스토랑에 창문에 Hiring, 사람 구한다는 문구가 붙여져 있다. 몇몇 레스토랑은 점심 장사를 포기한 듯 낮에는 문을 닫고 있었다. 현재 일하고 있는 편의점도 결국 나만 남기고 모든 직원들이 그만뒀다. 이유는 다른 곳에서 좋은 조건으로 일자리가 들어왔다는 명목이었고 대학교를 간다는 직원도 있었다.


사장님은 2002년에 여기로 이민 와서 한 자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사람을 구한다고 문구를 붙여놓으면 이력서를 쌓아두고 고를 정도로 많이 지원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결국 사장님과 나 둘이서 일을 하고 있다.


50대 손님들한테도 물어보니 여기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그는 나보고 한국은 어떠냐는 질문을 했고 나는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에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없다. 차도 없고 집도 없다 보니 굳이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은 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었다. 아마 젊은 친구들도 이렇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다."


공감했다. 부동산 가치는 이미 쳐다도 못 볼 정도로 올라가버렸고, 현재 받고 있는 급여로는 꿈도 못 꾸게 되었다.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닌 열심히 일을 해도 미래에 대한 낙관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랫폼 회사들의 등장도 한몫했다. 유튜브나 틱톡, 대형 배달 업체나 우버 등 육체적인 피로감이 쌓이는 일들이 아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모든 직원이 그만두었다는 말을 사장님께 들은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10년 전 택배 상하차 작업 반장의 말이 떠올랐다. 일 할 사람은 널렸다는 말. 평생 들으면서 살 것 같았던 말이 10년 만에 반대말이 되어 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전 16화오늘은 카드 결제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