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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May 08. 2023

캐나다 검은 곰, 오월의 봄

Life in Canada

캐나다에 봄이 왔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비는 그쳤고, 해는 길어졌다. 해가 길어지니 자연스럽게 기온은 올라갔다. 올라간 기온은 우리에게 봄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 주었고, 나무들은 숨겨놓은 자신들의 옷들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누구는 하얀 벚꽃을, 누구는 분홍 겹벚꽃으로. 나는 오랜만에 자전거를 꺼냈다. 


걷기만 하다 자전거로 달리자 새삼 느낌이 새로웠다. 내 배경은 계속해서 변했다. 벚꽃들이 만개한 거리를 거닐다, 푸른 잎들이 울창한 숲들도 보였다. 이웃집 마당엔 강아지 한 마리가 햇빛 아래서 자고 있고, 아이들은 거리에 나와 뛰어놀고 있다. 따뜻한 태양은 이 모든 것을 관망하고 있다. 안온함을 느끼며 홀로 있는 시간을 즐겼다. 나는 이 순간보다 더 좋은 순간을 아직 찾지 못했다.


캐나다 벚꽃


영원히 내 하늘에 머물 것 같았던 먹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고개를 내밀었다. 가벼워진 구름 사이로 마른바람이 기어코 불어올 때면 나는 빈틈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현재의 느낌이 부드러워 과거의 상처들은 침침하게 사라지고 흩어지는 기분. 내 상황이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닌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자전거 핸들을 꺾었다. 그런데 반대편에 사람들이 서있었다. 곧바로 급브레이크를 당겼다. 커다란 어미곰과 아기곰이 트레이 길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미곰이 내 쪽으로 다가온다. 나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어미곰은 사람들을 피해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아기곰은 아닌 모양이었다. 


봄날의 곰


어미곰이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아기곰. 개구쟁이 아기곰은 엄마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나무 위로 올라갔다. 어미곰의 모습은 내려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나긴 겨울잠에서 깬 봄날의 곰처럼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땀을 흘리며 오르막을 올랐다. 마른바람이 아직 찬 기운을 품고 있다. 땀이 맺힌 등줄기에 바람이 들어올 때면 서늘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내리막을 내려갈 때면 불어오는 바람을 정통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흐르는 세월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바람을 맞으며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래리 할아버지를 만났다.


래리 할아버지는 자신의 집으로 나를 불렀다. 30년 전에 산 자신의 집을 보여주었다. 은퇴하신 래리 할아버지는 자신의 지나간 시절들을 내 앞에 놓아두기 시작했다. 은퇴 전엔 무슨 일을 했었는지, 살면서 느낀 것은 무엇인지, 30년 전 스쿼미시의 모습은 어땠는지. 래리 할아버지의 몸은 늙었지만 눈빛만은 젊은 시절로 회귀했다. 그의 눈빛은 봄처럼 밝았고, 젊은 시절처럼 생동감 넘쳤다. 순간 이 모습이 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낼 수 있는 고귀한 아름다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곳의 자연은 공짜이니 마음껏 즐기라는 래리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으로 나는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하늘은 하얀 구름과 저녁노을이 뒤섞였다. 기울어지는 저녁 해가 그 모든 풍경을 옅은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하얀 벚꽃도, 분홍 겹벚꽃도 말이다. 어느새 예견된 이별이 다가오고 있다. 생동감이 넘치는 캐나다의 봄은 나를 계속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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