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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12. 2021

코로나 시국에 워크퍼밋 받기

Life in Canada

격리하는 동안 푹 쉬었다. 하지만 맘 놓고 쉬지는 못했다. 제일 마음에 거슬리는 것이 비자였다. 오는 첫날 정신없을 때 받았어야 하는 워크퍼밋을 못 받았다. 바이오매트릭스 기계 고장이 그 원인이었다. 격리 동안 받아야 하는 코로나 검사가 음성으로 받고 14일이 지나자 캐나다 밖으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해외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비자이다. 그 중요한 것을 받기 위해 다시 밴쿠버 국제공항으로 갔다.     


밴쿠버 가는 길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잠을 설쳤다. 내 서툰 영어로 인해 아무 문제없이 비자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없는 한산한 공항이었다. 친절한 한국 의사분이 말씀해줬던 것처럼 공항 인포메이션으로 갔다. 비자받으러 여기 왔다고 하니 1층으로 내려가라고 알려줬다. 1층으로 내려가니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계신 직원이 나를 막아섰다.     


“여긴 오면 안 됩니다.”

“비자받으러 여기로 왔습니다. 2주 전에 도착했는데, 바이오 매트릭스가...”

“저기로 가면 됩니다.”     


내 말이 답답했는지, 아니면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말을 자르고 손가락으로 어느 사무실을 지시했다. 나는 그곳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오랜만에 감도는 긴장감에 적잖이 경직된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 빨리 해버리자.라는 마음에 사무실 문을 열었다.    

 

사무실에는 2명의 직원이 있었다. 워크 퍼밋을 받으러 왔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나에게 보였다. 나는 천천히 설명을 했다. 어차피 영어가 짧으니 말을 천천히 할 수밖에 없었다. 위에서 말했던 일을 말하니 내 이름을 물어보았다.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직원은 승인된 비자 서류 뭉치들을 확인했다. 그 서류 중엔 내 이름이 없었다.      


“혹시 가져오신 서류 있나요?”라고 직원이 말했다.

“2주 전에 입국했을 때 다 드렸다. 한 번 확인해달라.”라고 답했다.     


저 쪽 의자에 잠시 앉으라고 나에게 말을 했다. 나는 앉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이미그레이션 직원이 왔다. 백인 한 명과, 인도계 캐나다인 한 명이 나에게 왔다. 위의 설명을 똑같이 다시 말했다. 잠시 확인해보겠다며 다른 사무실과 연결되어있는 통로로 그들이 나갔다.     


10분 정도 있다가 나에게 다시 왔다. 서류에 관한 질문이었다. 아까 말한 것처럼 다시 설명을 했다. 알겠다며 다시 통로로 통해 사라졌다. 20분 정도 흘렀다. 이번엔 서류를 찾았는지, 한쪽 손엔 서류 뭉치들이 가득했다. 자세히 보니 내가 준 서류들이 보였다. 나를 데리고 바이오 매트릭스 하는 곳으로 갔다. 알고 보니 인도계 캐나다인은 교육을 받는 직원이었고, 백인이 사수인 것으로 보였다. 사진과 지문인식을 등록해야 하는데 인도계 직원이 버벅거리자 캐나다 백인이 옆에서 다시 도와줬다. 등록하는데 5분도채 걸리지 않았다. 5분도 걸리지 않을 문제를 2주 동안 마음 졸이며 지냈다.     


특별한 인터뷰도 진행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다 내가 잘 못 말할까 걱정이 되었는데,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다시 대기하라는 말과 함께 그들은 사라졌다.


10분이 흐르자 인도계 캐나다인이 승인된 워크퍼밋과 함께 등장했다. 비자 신청비 결제를 마치고 나에게 “Good Luck”이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순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큰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스쿼미시 어느 초원


어렵게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주 동안 마음 졸이면서 고생했던 것에 비해 너무나 쉽게 받은 기분이었다. 처음에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좋은 에피소드 하나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받은 비자를 가지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훈풍이 불어온다. 긴장되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경직된 나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밴쿠버의 초여름은 아름답기만 했다.     


이제 생활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살 차례다. 격리하면서 ‘밴조선’이라는 카페를 통해 중고거래를 했다. 그것들을 받으러 갈 차례다. 물건이 괜찮은지 확인해야 한다. 큰 산 하나 넘으니 작은 산들이 있었다. 역시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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