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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17. 2021

캐나다 편돌이 시작

Life in Canada

새로운 곳을 가면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나는 두려움이 더 큰 편이지만, 도전하는 스타일이다. 걱정을 많이 하고 가면 대부분 기우였다는 것을 안다. 대부분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대부분 두려움을 안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무엇인가 도전을 하지 못한다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기나 긴 격리를 마치고 기지개를 켰다.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편의점에 도착했다.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었다. 에어컨도 없었다. 시골의 편의점다웠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있는 편의점이었다. 이제 앞으로 이곳에서 정을 붙이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낯선 마음이 들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이곳이 편안하게 느껴질지와 해야 하는 일들이 언제 자연스럽게 느껴질지를 생각하니 아찔했다. 물건들 대부분 당연히 영어였다 하지만 신라면 하나만큼은 한글과 영어로 혼용되어 있어 반가웠다. 마치 낯선 외국 동네에서 한국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일을 구한 터라 구글맵으로 편의점을 훑어보았다. 브런치를 파는 카페와 우체국, 그리고 내가 일하게 될 편의점의 공존하는 건물이었다. 1차원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조합들이 한 건물에 모아있었다. 구글맵으로 봤다. 편의점은 도로 한복판에 있었고, 주변에는 집 몇 채 정도 있었다. 사실 마음으로는 꿀을 빨면서 일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편의점 앞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편의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주택가가 엄청 많았다. 그 주변에 있는 가족들 혹은 친구들이 군것질이나 장을 볼 때, 또는 담배와 로또를 살 때 내가 일할 편의점으로 온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주민 사람들이었고, 단골들도 많았다.     


첫 출근, 오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했다. 근처 학교 하교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몰려왔다. 끝이 없는 저글링 러시 같았다. 정신이 없었다. 아직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 카운터에 섰다. 옆에 사장님이 계셨다. 하나하나 가르쳐 주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제품을 찍고, 가격을 말해주는 것은 한국과 같았다. 여기에 아이스크림과, 슬러시, 그 둘을 혼합한 스크리머가 있었다. 슬러시 맛엔 4가지였다. 정신없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데, 아이들은 나에게 주문을 계속했다. 빠르게 만들어야 했다. 옆을 보니 줄이 길게 있다. 땀은 이미 등을 지배했고,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방인인 나에게 센트는 쉽지 않았다. 캐나다 센트는 2달러, 1달러, 25센트, 10센트, 5센트로 나뉜다. 각자 불리는 이름이 존재했는데, 1달러 동전에는 북미산 Loon이라는 새가 박혀있다. 사람들을 이것을 애칭으로 ‘루니(Loonie)’라고 부른다. 2달러는 1달러의 애칭인 Loonie 앞에 Two 붙여 ‘투니(Twonie)’라 불렀다.     

 

그 밑으로는 25센트 ‘쿼터(Quarter)’, 10센트 ‘다임(Dime)’, 5센트 ‘니클(Nickle)’, 1센트 ‘페니(Penny)라 불렸다. 특히 10센트는 5센트보다 작았다. 단위가 클수록 동전이 크다고 생각하면 헷갈린다. 처음 외울 때 고생 좀 했다.      


캐나다 동전들. 2012년 이후 페니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학생들이 사라졌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는 한 시간이었다. 아이스크림, 슬러시, 스크리머를 만드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아 제조법은 간단해 금방 배울 수 있었다.      


“정신없지?”라는 사장님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었다. 대답 없는 것이 대답이었다.     


학생들이 가고 떠나자 일을 마친 어른들이 가게에 왔다. 그들은 문을 지나자마자 무표정한 모습으로 곧장 나에게로 온다. 그리고 나에게 뭐라고 말한다. 당연히 무언가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1~2초 정도 되는 단어였지만 못 알아들었다. 옆에 사장님께서는 뒤를 보시고 무언가를 꺼냈다. 담배였다.      


다른 손님이 온다. 또 2초 만에 말한다. 사장님께서는 뒤를 보신다. 이번엔 로또였다. 한국과는 다르게 종류가 많은 캐나다 로또였다. 로또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시스템이 한국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익숙해지는 데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담배도 피우지 않고, 캐나다 로또도 사본 적이 없다. 산 하나를 넘으니 또 다른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만하게 본 편의점 일이었는데 역시 세상 쉬운 일 하나 없다. 나는 도무지 깨달음을 모르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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