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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18. 2021

캐나다 편돌이의 어려움, 담배

Life in Canada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래서 어려웠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항상 본인이 불러왔던 이름이니 연음과 속도에 자비가 없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담배는 1초 만에 흘러가는 단어였고,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마치 처음 토익 공부할 때 파트 2 어려운 듣기 문제를 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문제는 담배 종류도 많고,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다. 브랜드가 달라도 모든 담배의 표지는 같게 해야 하는 법이 있다. 화려한 포장을 제재하기 위한 법이었다. 크기도 모양도 비슷해 담배도 피우지 않고, 영어도 서툰 이방인에게 더 어려웠다. 실수를 많이 하면서 많이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손님이 원하는 담배를 말하면 못 알아들어도 일단 뒤를 돌아 담배 칸을 둘러봤다.


평소엔 왼쪽 사진처럼 담배칸을 가려놓아야 한다. 캐나다 법으로 담배는 진열하면 안되는 물품으로 지정되어있다.


배려심이 깊고 착한 손님들께서는 천천히 다시 말해주거나 담배 위치를 내게 가르쳐 주었다. 늘 이곳에서 사는 단골손님 같은 경우 위치로 많이 나에게 힌트를 주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미안하다고 말을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괜찮다고 말하며 결제를 해줬다. 하지만 몇몇 손님은 대답도 안 하고 가져가는 손님들도 계셨다. 아마 답답해서 그런 것 같은데 이해는 하는데 서운했다.     


유일하게 아는 담배가 하나 있다. 바로 Dunhill(던 힐)이었다. 던 힐을 제외한 나머지 담배들은 생소했다. Player’s, Export “A”, Canadian Classic, MacDonald, Belmont, Next, du Maurier, Pall mall, Rooftop 등 다양한 종류의 담배가 있었다. Rooftop은 한국에서 말보로와 같은 종류 담배라고 한다. 몇 해 전부터 캐나다는 이름을 바꿔 판매하고 있다.     


사이즈도 다양했다. Small Size와 King Size로 나뉘었고, 20개비와 25개비로 사이즈에 따라 다르게 들어있다. 한국 기준으로 사려면 Small Size로 사면된다.           


맛도 다르다. 브랜드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긴 한데, 보통 Red, blue, Gold 순으로 순하다. 우리 가게에서 잘 팔리는 것은 Gold가 잘 팔린다. 담배 값도 브랜드별로 다르다. 한 갑에 15불에서 19불 정도 한다. Next 시리즈가 가장 싸고, Canadian Classic 중간, du Maurier이 가장 비싸다. 우리 가게에서는 Canadian Classic이 가장 잘 팔린다.      


이렇게 담배 값이 비싸다 보니, 말아서 피는 경우가 많다. ‘타바코 파우치’를 사서 ‘롤링 페이퍼’라 불리는 종이에 말아서 피운다. 롤링 페이퍼 종류도 다양하다. 대마초가 합법인 캐나다이기 때문에 대마초도 넣어서 피운다고 한다. 원하는 사람은 튜브를 따로 사서 넣어서 피우기도 한다. 담배만 외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파우치와 페이퍼까지 외워야 했다.     


맨 위쪽은 파우치, 두 번째 칸은 롤링 페이퍼, 세 번째 칸은 싱글 시가렛, 맨 마지막 칸은 튜브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정부 지원금이 많이 풀린 캐나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담배 가격을 올렸다. 올라간 가격에 손님들이 많이 놀라지만, 놀라면서도 결제는 꾸역꾸역 하신다. 매번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손님이 있다. 어제도 왔고, 오늘도 왔으며, 아마 내일도 오실 것이다. 매번 올 때마다 마지막이냐고 물으면 당연하다고 하면서 매일 담배를 사러 온다.      


한국은 잘 모르겠지만, 캐나다에서는 한 개비도 판다. 한 개비당 거의 2000원 돈이다. 캐나다는 무엇이든지 적을수록 비싸고, 대량일수록 싸다. 싱글 담배만 사는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은 담배를 컨트롤하기 위해 하나 또는 두 개씩 산다고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매일 온다. 배꼽이 배보다 더 큰 상황이다.      


이제는 1초 만에 말하는 담배 브랜드를 듣고 바로 찾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역시 반복 훈련의 힘을 무시하지 못한다. 한숨보다 먼저 나오는 담배 연기의 기분을 알지 못하지만 이제 어디에 어느 브랜드가 있는지 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이 팔리는 것이 의아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와 같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이해가 갔다. 기호의 문제니 그 누가 그것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여긴 대마초도 합법이다. 어느 나라보다 정부는 개인의 취향, 기호, 선택을 존중해주고 다양성을 인정해준다. 참 매력적인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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