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Canada
2018년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던 어느 초가을, 메일이 도착했다.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 인비테이션 메일이었다. 헐레벌떡 일어나 노트북 앞에 앉았다. 천천히 메일을 읽어 갔고, 확신을 위해 네이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카페에 들어가 확인해봤다. 내가 기다리던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 인비테이션이 맞았다.
워킹 홀리데이 인비테이션을 받아도 고민이 많았다.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쁨과 걱정이 교차하는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캐나다를 가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하지만 무슨 고민이었는지는 정확히 몰랐었다. 두려움 때문인가? 하지만 당시 나이 26살이었고, 그냥 캐나다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날이 선선한 어느 토요일 오전과 오후가 만나는 지점. 브런치를 먹기 좋은 시간대. 어제 먹다 남은 된장찌개와 계란 프라이를 어머니께서 준비하셨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나와 아버지는 수저와 밥을 상에 옮기고 있었다. 아직도 나는 그날의 공기, 분위기와 장면이 선명하다.
오물오물 밥을 거의 다 먹어가던 중 내 입에서 머물고 있던 말을 꺼냈다.
"저 캐나다 1년 정도 다녀올게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히며 내던 소리도 멈추었다. 그리고 두 분의 시선이 나에게 머물렀다. 아버지는 수저를 내려놓으시고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표정으로 내게 말하셨다.
"너 캐나다 다녀와서 언제 취업하고, 언제 결혼할래?"
"어차피 취업을 위해서는 영어 공부 더 해야 하는데 가서 경험도 쌓고, 돈도 벌 수 있는 1년 비자예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돌아와서 취업할게요. 좋은 기회라 생각이 들어서 더 가고 싶습니다."
옆에서 엄마는 찬성하시는 분위기였다. "그래 뭐 아직 26살인데 다녀와서 27살이면... 흠 조금 많게 느껴지지만 다녀와! 네가 하고 싶으면"
이듬해 캐나다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조금 다른 얼굴로 살아갔고 행복했었다. 행복한 순간을 알아차리는 일을 정말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느꼈다. 그래서 현재 영주권 준비까지 이어졌다. 그때의 선택, 발걸음이 내 인생의 커다란 변환점이 되었었다.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에 관한 고민을 내게 털어놓았다. 그 친구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의 반대와 여러 상황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친구도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렇다고 한다.
"왜 너는 도망만 치려고 하냐?"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생각을 해봤다. 난 도망쳤던 것일까?
솔직히 도피성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그저 부인하고 싶었을 뿐. 한국에서 취업이 힘들고, 여러 시선들도 신경이 쓰였으며, 부모님의 기대감도 가끔은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조금은 숨고 싶었던 마음도 사실이었다.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가 되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어쩌면 그 당시 '좋음'이 '다행'이라는 감정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우리가 늘 상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나 고민은 어느 한쪽이 분명하게 맞아서 생기는 것들이 아니다. 만약 A와 B 둘 사이의 선택에 대해 고민한다고 친다면, 어느 부분은 A가 맞고 다른 부분의 B 또한 맞을 것이다. 이렇기에 우린 늘 힘든 고민 앞에서 깊은 생각에 빠진다. 답이 명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 그때 당시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는 것 같다.
한국에 남아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이겨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도전이라는 부분에 조금 더 무기를 실어 캐나다를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를 선택하기 전 많은 고민을 했던 이유도 아마 도망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나는 도전을 선택했고 현재 만족한다. 때론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맞이한다. 한국에서 느끼는 행복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 그래서 후회는 없다. 오랜만에 통화한 아버지께서도 말씀하셨다. 너 목소리가 한국과 달리 되게 밝아 보인다고. 정말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 듣는 목소리인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나에게
"캐나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냐?"라고 말하며 농담을 하시곤 한다.
나는 친구에게 도망이 아닌 도전을 하려고 선택하는 거라 말하고 싶다. 도전과 도망 사이에 넓은 스팩트럼이 있으면 조금은 도전에 가깝게 손가락을 찍으라고. 그리고 도망이면 뭐 어떤가. 행복하면 됐지.
물론 여기 온다고 무조건적으로 행복해지지 않는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아 오히려 힘든 일이 나에게 악수를 건네는 일이 많을 것이다. 어느 삶에든 비는 내리고 때때로 어두운 날이 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한국에서와는 다른 표정으로 숨을 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캐나다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된다. 여기서 우린 도전을 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니까. 진정한 실패는 아무것도 도전 안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전인지, 도망인지 모르는 선택지를 앞에 둔 친구에게 전하고 싶다.
선택을 한 자신을 믿고,
그냥 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