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Canada
오전 6시. 창문 흔들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동시에 바람 부는 소리가 났다. 태풍이 도시를 덮칠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바람이 화를 내는 것처럼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소리가 나면 잠시 후 창문이 흔들렸다. 그렇다고 비가 오는 것도 아니었다. 바람이었다. 바람은 분명한 의지를 가진 것처럼 거칠게 불어댔다.
스쿼미시. 처음 이 도시의 이름을 들었을 때, 솔직히 캐나다 느낌이 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영어가 아닌 인디언의 언어였다. 퍼스트 네이션의 말로 '스쿼미시'는 강풍이라는 뜻이다. 큰 계곡 두 개 사이에 생긴 마을이라 그 사이로 바람이 많이 불어 스쿼미시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그 별칭에 걸맞게 새벽 6시부터 세차게 불어댔다.
봄날이 완연해 햇빛은 좋은데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모순된 모습이었다. 적당히 있는 구름과 따스한 햇빛 그리고 태풍급 바람. 어느 하나 맞지 않은 것이 꼭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정답이 어느 한쪽의 길로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출근을 위해 자전거를 페달을 밟았다. 바람의 흐름을 따를 때면 순조롭게 앞을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이라도 역풍을 맞는다면 쉽게 앞으로 갈 수 없었다. 평지이지만 오르막을 오르는 느낌이었고 오르막에서 역풍을 맞으면 자전거를 버리고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동해안 자전거 길을 여행하면서 적응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욕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힘들지만 계속 치고 나가는 수밖에.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이 부럽기도 야속하기도 했다.
25분 거리를 40분 만에 도착했다. 역풍을 맞으며 자전거를 탈 땐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바람은 차갑지만 햇빛은 따뜻했다. 몸에는 땀이 나 쌀쌀한 기운을 몸으로 받았다. 찝찝한 추위였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얼른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평상시대로 일을 했다. 무난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며 똑같은 손님들을 상대했다. 시간이 흘러 어둠이 세상을 뒤덮었을 무렵 바람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지구에 더 이상 안정감이란 게 존재하지 않다고 말하듯이 바람은 불어댔다. 날씨 어플을 켜보니 풍속에 대한 경보가 내려졌다. 집에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오후 7시 반즈음 손님을 위해 담배를 꺼내려는 순간 세상은 암흑으로 변했다. 정전이었다. 잠시 불이 켜졌다가 또 나갔다. 손님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사장님께 이 사실을 말했다.
다른 곳도 비슷한지 확인하기 위해 가게 문을 열고 나갔다. 편의점 바로 앞 큰 나무가 바람에 쓰러져 전선을 덮쳤다. 앞 집에 사는 사람이 신고를 했다. 신고를 하고 3-4분이 지났을까? 소방차들이 왔다. 거리에 가로등도 전부 정전이 되어 유령 도시로 변해버렸다. 가로등도 없고, 바람이 너무나 강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불렀다. 택시비는 아깝지만, 고라니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처럼 때때로 우리에게도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떤 선택지가 좋은 선택인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 마치 앞이 눈으로는 보이지만, 마음으로는 안 보이는 것처럼 암흑으로 변한다. 안 해도 될만한 이유는 만들어내면 수천 가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분명한 마음을 먹었으면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선택을 앞두고 계속 모르겠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오로지 나에게 물어보고 솔직한 답을 얻어야 한다. 주변이 아닌 나에게. 주변이 이유가 되면 훗날 후회가 될 가능성이 크고, 포기하게 된다면 좋은 핑곗거리가 되기 쉽다.
새벽 내내 흔들어대는 바람이 해가 뜨니 조금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아직 힘은 남아있었다. 이처럼 꼭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니고 바람만 불지는 않는다. 따뜻한 해는 언젠가 뜨니 버티고 나아갈 수밖에.
우리가 걱정하는 나뭇가지 하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는 고민일 수도 있다. 이러한 고민의 나뭇가지가 많아지면 바람에 쉽게 휘둘려 결국 부러지고 만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의 나뭇가지가 아닌 할 수 있다는 믿음의 뿌리이다. 그럼 어떤 고난이 와도 바람이 불고 전기가 나가 암흑이 찾아와도 우린 굳건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날, 다시 출근하니 전기는 제대로 작동했다. 들어보니 2시간 만에 해결되었다고 한다. 엄청 큰 사고로 생각했던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역시 큰 일을 막상 부딪혀 보면 별 거 아닌 일들이 많은 것 같다.
다시 바람은 잔잔해졌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퇴근했고, 집으로 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