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Canada
내가 사는 동네는 하양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최근에 눈이 많이 와 나무들은 잎사귀 대신 눈을 입었고, 도로들은 눈들로 쌓여있다. 제설 장비로 둔갑한 차들이 많이 보인다. 도로에 쌓인 눈들을 동네 한 구석으로 치웠고, 그곳에서 아이들은 신나서 장난을 치고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힘든 표정으로 그 눈들을 치우고 있다. 순식간에 작은 동산이 만들어졌다. 어른과 어린아이를 구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된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눈이었던 것이 어제는 비로 바뀌었다. 비가 내리자 겹겹이 쌓인 눈들은 쉽게 녹지 않았다. 쌓인 눈 위로 물기가 생기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푹신했던 길들이 딱딱하고 미끄러워졌다. 길 뿐만 아니라 나뭇가지들도 젖은 상태에서 기온이 내려가자 그대로 얼었다. 얼어버린 나뭇가지들은 바람이 불자 부러지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들은 전선이나 지붕 위 그리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로 떨어졌다.
뻐근한 일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암흑으로 변한 세상이었다. 더 이상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어두컴컴한 곳에 익숙한 고양이가 있었고, 직장 동료인 Chan이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No power today!라고 말했다. 상황을 보니 정전이었다. 얼어버린 나뭇가지들이 전깃줄 위로 떨어지면서 정전이 온 것 같았다.
사람은 너무 어이없는 상황을 마주하면 화가 나기보다는 웃음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장님께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을 하니 이미 알고 계셨다. 지금 도시 전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 전기가 잠시 나간 것일 수도 있으니 조금 기다리라고 하셨다.
1~2분 정전이 된 적이 있었기에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전기가 들어올 분위기가 아니었다. 옆에 카페와 우체국을 둘러봤다.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카페는 일찍이 문을 닫았고, 우체국도 전산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하는 듯 보였다.
내가 일하는 시간대는 오후 2시. 방과 후 학생들과 가게 옆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찾고 돌아가는 어른들이 동시에 오는 시간대이다. 그들도 편의점 문을 열자마자 암흑으로 뒤덮인 내부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손님들도 사는 집이 오전부터 전기가 나가다 들어오다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전체가 정전인 듯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전기가 잘 들어왔었다. 지역구가 달라서 그런 것 같아 보였다.
하염없이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1시간이 지나자 손님이 들어왔다. 본인은 산 깊숙 골짜기 쪽에 사는데 지금 눈 때문에 2주 만에 시내로 내려왔다. 뭐 하나만 사고 가도 되냐고 말했다. 하지만 사장님이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물건을 팔지 말라 하셨고, 나는 그대로 이행 중이었다. 죄송하지만 지금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말하자 그녀는 욕을 하며 돌아갔다.
2시간이 지났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햇빛이 있어 많이 어둡진 않았었다. 하지만 그 빛마저 사라져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해버렸다. 도로에 있는 가로등마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기에 세상이 어둠으로 변하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져도 전기가 안 들어오면 사장님께 전화를 해서 오늘은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기 퇴근의 설렘. 예전 학창 시절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생각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하려는 찰나 전기가 들어왔다. 조용했던 편의점이 전기가 들어오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냉장고와 기계들이 하나, 둘씩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생기를 되찾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아쉬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사장님께 전기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왔다. 다들 양초를 하나씩 손에 들고 계산대에 섰다. 첫 번째 손님 계산을 무사히 했고, 두 번째 손님까지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뽑고 있는 찰나 또 정전이 됐다. 편의점은 어두워졌고, 내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다.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고, 지금 가게로 오신다고 하셨다.
사장님과 마감을 했다. 십 년 이상을 여기서 사신 사장님께서는 올 해가 최악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까지 정전이 많이 된 적은 없었다고 하셨다. 반복된 일상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반복된다면 그리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일기 예보 어플을 켰다. 내일 또 눈이 내린다고 예보가 되어있었다. 조기 퇴근이라는 설렘이 걱정으로 바뀌었다.
가로등이 꺼진 밤거리 위로 달이 떠있다.
오늘은 유난히도 달 빛이 밝다.
주변에 별들도 많이 보였다.
싱숭생숭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