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던 이야기 또 하기-
고요함을 택했다면 외롭고 심심한 건 당연한 거다.
쾌락에 끌려 살아가면 그 후에 남는 여러 찌꺼기는 받아들여야 한다.
수년을 제멋대로 쌀쌀맞게 대해놓고 갑자기 친한 척을 하면 상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수년을 살았다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갑자기 친해지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조용하게 살고 싶어서 고립을 택해놓고 늙어서 외로움에 몸부림쳐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늙어서 외롭지 않으려면 자주 사람을 만나거나, 그게 싫으면 끊임없이 뭔가를 하면 된다.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명상을 하면 된다.
정답은 없다.
너 좋은 대로 나 좋은 대로 살면 그만이다. 그냥 거기에 누군가를 끌어들이려 하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살라는 둥 저렇게 살라는 둥 할게 아니라 그저 자신이 그간 쌓아 올린 탑에 어떤 것을 어떻게 올려 나갈지 생각하면 된다. 탑은 위로 갈수록 무게가 가벼운 것을 올린다. 나이를 먹는 것도 비슷하다. 조금 더 가볍게 버릴 건 버리고 균형을 잡으며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쓰러지지 않는다.
길게 봐서 90살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딱 반을 살았다. 나의 탑은 안정적인가? 조금씩 가볍게 쌓아가고 있는가? 갑자기 너무 가벼워지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아주 잘 쌓아 올린 탑처럼 살아가고 싶다. 꼭대기에 예쁘게 장식을 하나 올려야지. 그런 행운이 나에게 오기를 바라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