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서해는 내게 타향살이의 상징이었다. 같은 곳에 와도 어떤 날은 물이었다가, 다른 날은 뭍인 것이 당황스러웠다. 물때를 모르는 내 탓이 크지만 올 때마다 모습이 다른 잿빛 서해에 도무지 정을 붙일 수 없었다. 물을 보고 싶어 갔는데 갯벌만 보이는 날에는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데서는 빠져 죽지도 못하겠네.
그래도 어찌하리. 사는 게 막막하면 세상 끝으로 가봐야지. 가슴속에 어린것들을 안고 바닷가를 혼자 자주 서성이던 시기에, 인근 도시에 사는 나와 같은 네 남매의 엄마가 아이들과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자수했고, 모두 살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아기엄마가 느꼈을 거대한 파도와, 다시 힘내서 살겠다며 흘렸을 깊은 눈물들이 모두 내 것 같아서 나는 서해산책을 그만두었다.
계속 살아나갈 힘을 찾지 못해 자주 울었다. 이러다 내 주위로 바다가 생기고 나는 섬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울다 보니 정말 내 안에 잠겨있던 뭍이 점점 드러났고 이렇게 적혀있었다.
울어도 된다.
아파도 된다.
힘들다고 말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