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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지 못했다

통화

by 김도란 Dec 14. 2024

물을 막 올려놓자 길게 울리는 전화기. 오랜만이야. 물이 100도가 되도록 이야기는 계속되었지만, 핏기가 없는 너의 목소리는 자꾸만 끓는 소리에 묻혀서, ‘사랑에 빠졌다’ 던 너의 말이 내겐 자꾸 ‘궁지에 몰렸다’로 들렸어. 다음 말을 기다리는 동안, 뚜껑 밖을 탐하는 100도의 물은 위태로웠고 우리의 시간은 수증기의 양만큼 날아가버렸다. 듣느라고, 들어주느라고, 잘 지내고 있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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