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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지혜 Oct 11. 2024

나는 세상 사람들을 질투한다

요 며칠간 체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있다. 한의사인 지인 말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싸움을 제외한 모든 활동의 의미없게 여긴댄다, 그래서 소화기능도 떨어지고 잠도 잘 안오고 모든 몸의 기능들이 저하가 되는 거라고 그러니 스트레스 받지 말란다. 말이 쉽지. 병원을 가면 늘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하고 인사처럼 이야기하는데 도통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스트레스가 끊이질 않는다. 


특히 근래에 내 스트레스 요인을 꼽아 보자면 역시 질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을 질투한다. 친구들을 보면 질투가 심해 SNS도 정리했고 나와 경제적 격차가 커 보이는 유튜브 채널은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연예인들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 그들의 씀씀이가 부럽고 그들이 다른 연예인과 쉽게 교류하는 것도 부럽다. 앨범을 내거나 컴백을 하는 것도 부럽다. 나만 빼고 세상이 다 자기 할 일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터무니없는 질투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스케일도 다르고 애초에 영향력이 다르다. 그런데 나는 자꾸 동일 선상에 놓고 그들과 나를 비교하는 습성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같은 사람이니까. 노력과 재능, 그리고 이뤄낸 것들을 다시 무게추 위에 놓기 시작하면 달라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내 삶은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것일까. 질투는 더 깊은 곳으로 간다. 


삶이 나아지고 말고를 결정짓는 건 마음가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실제로도 내가 딱히 바꿀 수 있는 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의 마음은 대체 왜 이 모양일까.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탐하는 내 마음에 대해서 나는 궁금하다. 괜찮다가 싶다가도 한번씩 불쑥불쑥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채로 살다가 가는게 맞나' 싶어서 우울해진다. 오늘은 이 마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았는데, 그 이면에는 어쩌면 내가 뭐라도 되야 하고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허세어린 생각이 자리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허세다. 허세. 있어 보이는 척 구는 것. 너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말에 속에 여기까지 왔다. 나는 사실 우리 엄마한테만 특별한데. 내 친구한테만 특별한데. 게다가 '특별하다'는 말이 한층 계급화 된 것도 영향이 있으리라. 내 마음속에서만 깊은 자리를 차지하면 됐지, 사람들은 내 마음에 든 무언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영향을 걎기를 바란다. 그래서 '특별하다'는 말에는 일종의 계급이 있다. 특별하지 않은 건 평범하고, 평범한 건 특별하기에 갖는 혜택들을 받을 가치가 없다는 말고 닮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 질투는 꿈의 말로다. 질투는 너절한 마음이다. 너절한 것은 무언가에 찢겼을 때 생긴다. 기대감에 부푼 마음이 너덜너덜 해졌을 때, 나는 꿈이 너덜너덜 해졌다. 바라던 마음이 사라졌고 이제는 이룰 길이 요원해졌다. 그런 마음에서 질투심이 자꾸 생각는 것 같다. 그런데 꿈은 바뀌어야 옳다. 살다보니 갖게 되는 것이 꿈이지 고정된 것은 바람에 가깝다. 행동력을 갖출 수록 바뀌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 사실 일하다보면 이렇게 일해도 되나 고민도 많이 된다. 같은 맥락이다. 답이 없는 문제에 누군가 답을 내려주길 바라는 것이다. 


몇년 후가 어떻게 될지 우린 아무도 몰라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고 꾸며내는데 내 꿈이 딱 그짝이다. 웹소설 업계에서 가지던 내 꿈이 흐지부지 되면서 나는 일종의 표류 상태를 맛보고 있다. 학원 강사는 어떤 꿈을 꾸면 좋을까?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업계라 무엇이 맞을지 모르겠다. 그러니 내 스트레스의 원인을 가을 고추 말리듯 찬찬히 한번 늘어 놓자면 나는 지금 꿈도 없고, 이렇게 하는게 맞는지도 모르겠으며, 그 과정에서 너절해진 기분을 맛보고 있다는 게 딱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난 1년차마다 나는 같은 고민을 했고 고민 끝에 퇴사를 했다. 쇼핑몰 마케터도, 웹소설 PD/MD도 또 학원 강사도 누구도 답을 내려줄 수 없는 문제다. 현대 사회가 그냥 그런데, 있는 일을 하고 내일이 되면 내일의 일을 할 뿐인 건데 나는 여전히 질문만 많은 상태다. 답이 없으니 게속 벽에 부딪혀 다시 돌아가고 또 돌아가고. 그래서 이번 직장은 쉽사리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다. 답을 내리지 않는 것도 일종의 답이다. 질투는 나의 힘이 되진 않지만, 어떤 답이 되긴 한다. 또 그러는구나. 잡아먹히지 말자는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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