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한 가게에 갔다 왔다. 그런데 카운터에 직원만 다섯 명이 앉아서 끊임없이 전화를 받고 끊고 주문을 받고 상담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흡사 시장통을 방불케하는 상황 속에서 다소 당황한 상태로 있다가 돌아왔다. 학원은 어찌나 바쁜지 내가 지원한 타임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이야기하다 보니까 가능한 날짜 역시 급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됐다고 못한다고 하는 대신에 일단 알았다고 말하고 나온 후 집에 오는 길이 그렇게 천근만근일 수가 없었다.
일단 그래도 면접이라고 정장을 입고 갔는데 날씨가 유독 추워서 위아래로 히트텍을 챙겨 입어 꽉 끼는 상태였다. 거기에 무거운 코트까지 입고 있으니 그동안 이러고 면접을 어떻게 보러 다녔는지 의문일 따름이었다. 입원을 한 동안 체력도 많이 떨어졌는지 고작 전철 세네 정거장이 왜 그렇게 힘이 드는지 오고 가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쏙 빠져서 다음날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옷을 갈아입을 기운도 없는데 무슨 일을 하겠다고 이러는지 이것도 병이다. 졸업을 하기 전부터 시달려 온 병. 취업을 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당장에라도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드는 이 자세가 지금까지의 나였다. 그렇게 막상 시작하고 나면 못하는 나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잘 참아 놓고서 또 알 수 없는 포인트에 도저히 참지 못해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사실은 어떤 일이 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일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나를 움직여 왔다. 일을 하지 않는 나는 쓸모없는 사람. 직장이 없는 사람은 필요없는 사람. TV에서도 어디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나를 요모조모 따져보고 주장하련다. 나는 지금 도저히 직장을 다닐 수도 없고, 다녀야 될 필요도 절실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물론 직장을 다니는 게 절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백기 질문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그렇지만 어딘가에 들어가서 잘할 자신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데 당장 취업하는 건 나에게나 회사에게나 오히려 실례인 행동이다. 살다보면 참아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게 지금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 쉬어야 하는 나를 참아내야 할 때 말이다.
다행이도 나는 다정한 부모님을 만나서, 직장을 쉬어도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친척 언니는 이 점을 몇 번이고 이야기하면서 나에게 상기시키고 또 상기시켰다. 이상한 일이라고 일을 해야할 필요가 없는 데 왜 일을 해. 나는 그때마다 그렇게 대답했다. 내 자아실현이라고. 일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기분을 참을 수가 없다고.
하지만 올해는 쉬련다. 꾹 참고 느슨하게 느긋하게 가 보련다.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천천히 공부하면서 한달씩 한달씩 보내보련다. 나의 강아지에게도 오로지 1년뿐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나는 늘 인생사 쫓기듯이 살았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고 누군가 쫓아와서 나를 후드려 패는 상황도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또 기나긴 인생사에 잠깐은 쉬어가야하는 순간도 이제는 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은 또 주어진대로 한번 살아가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