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있지도 못하면서 일을 하겠다고

2024_12_20

by 심지혜

최근 걸어다닐 떄마다 허리 통증이 있어서 정형외과를 찾았다. 급성으로 찾아온 것이기야 하지만 걸어다니는 것 뿐만 아니라 서있을 떄도 허리가 아프니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다. 설거지를 할 때도 심지어 이빨을 닦을 때도 어딘가 기대있어야 했고 하고 나면 허리가 뻐근하게 아팠다. 그래서 병원을 찾았는데 담당 선생님이 없어서 오늘은 다른 선생님으로 배정받았고 호되게 혼이 났다.


나아지려는 노력이 없는 것 같아요. 본인이 매번 어깨를 올리고 다니는 건 아나요?


내가 가장 화난 발언은 바로 이것이다. 나아지려는 노력? 병원에가서 매번 20만원씩 쓰고 있는 건 노력이 아닌가? 운동은? 사람들은 아픈 사람들에게 쉽게 쉽게 말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상당히 기분이 나빴고 듣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반항심만 물씬 올라왔다. 심지어 치료가 끝날때쯤엔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끝나고 어떻게 말씀을 그렇게 하냐고 한마디 했지만, 내가 이렇게 마음이 어리다.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그저 일상처럼 보이는 것들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유세'라던가 '엄살'로 보이는 것 같다. 일전에 회사를 다닐 떄 일주일에 4~5일 정도 미주신경성실신을 경험하곤 했는데 나에게는 그저 일상이라 크게 스트레스 받진 않고 그런 일도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가 팀장님에게 내가 대체 너한테 어떻게 해줘야 하냐는 말을 듣고 놀란적이 있다.


왜 남의 삶을 어떻게 고쳐줄 생각을 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우리 삶도 어쩌기 힘든거 다 익스큐즈하고 넘어가기로 한 거 아니었냐는 말이다. 나는 스몰토크로 이야기한 내 건강 얘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계속 아팠고 피곤했고 일상이 그러면 안되는 건가? 그렇게 살다가 결국엔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해결해주지 못할 푸념을 계속 듣고 있으면 누구나 기분이 쳐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냥 그렇게 피곤하게 생겨먹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겐 자잘하게 아픈게 일상이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우리 인생이 너무 각박한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현대를 사는 법> 에서 현대라는 질병이 가진 특징은 이러하다. 문제는 늘 해결해되어야 하고, 사람들은 늘 웃고 건강해야 한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약간의 슬픔과 서러움, 억울한 감정이 밀려들기도 한다. 서있지도 못하고 골골대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고 먹고 살아야 할까. 잠깐 걷는것 만으로도 기력이 빨리는 사람은? 정말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도 줄 때문에 기겁하며 돌아갈까 걱정하게 되는 사람은? 젊은 나는 좀더 그러려니 했던 것 같은데 확실히 올해 마지막의 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않다.


그러나 일상이다. 일상은 깊게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바다 수영을 한다고 저 먼 해양으로 나가진 않는 것처럼.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고, 있는 돈만 까먹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부를 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라고 믿는다. 아니, 믿지 않아도 삶은 흘러간다. 인생의 가장 마법같은 부분이다. 우리 삶은 알아서 표류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마시길 내 허리도, 내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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