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_01_10
옛말에 그런 말이 있다. 노는 것도 해본 놈이나 잘 한다고, 나도 그렇게 치열하게만 살았던 건 아닌데 막상 직장을 쉬고 아예 놀아버리니 이상한 기분이 들고 있다. 편하게 잘 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잘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만나는 친구들마다 계획이 있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내 쉼에는 정말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내 하루 목표는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먹는 일 뿐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뭔가를 먹을 힘을 이미 소진해 있을 때가 많다. 저녁에 약속이 있을 경우 점심을 어느때에 먹어야 제때 적당히 먹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 대충 주워먹게 된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과식하고 또 후회하고 때때로 저녁을 귀찮아서 대충 일찍 먹어버리고 야식을 먹는 스스로에게 타박하기도 한다. 영양잡힌 세끼란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주엔 거의 저녁마다 약속이 있었다. 그래서 아침에는 스프를 끓여먹고, 점심에는 사과 하나 대충 먹고 저녁 되면 거하게 먹는 식으로 세끼를 열심히 대충 떼웠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줄고 사는 게 귀찮아졌다. 살이 3kg이나 빠졌고 살이 쪘을 때 부지런히 산 바지들이 다시 맞지 않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이렇게 다 연결되어있고 그래서 참 번거로운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주에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 좋았다. 월요일에 한 번, 화요일에 한번 그리고 본가에도 갔다 왔다. 월요일에 만난 친구는 자그마치 3년만에 만난 친구였는데, 우리는 이전에 동네친구였던 적이 있었다. 지하철 한정거장 정도에서 살았던 덕에 퇴근 후에 잠깐 만나서 싫은 사람 욕도 하고 나름 즐겁게 보냈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가까이 자주 만났던 친구들은 오랜만에 봐도 어색함이 없는 게 늘 신기하다.
화요일에 만난 친구는 퇴사 동지였다. 나와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못견디고 나왔다는 말에 나만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숱하게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욕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고 그냥 안 맞아서 그런 거라고 결론내리기로 했다. 여러 퇴사에서 느낀바가 있다면 '퇴사 허탈감'이 왔다고 자기 비하를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어차피 돌아갈 수도 없으니까.
목요일에는 본가에 가 있었다. 본가에 가면 하루 세끼 챙겨주는 부모님이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부모님은 나만큼 내가 좋을까? 잘 모르겠다. 어쨌든 서로를 더럽게 싫어하던 시절을 넘어서 우리는 만나면 좋은 사이가 되었다. 거리가 도와준건지 시간이 도와준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용서라고 부르기엔 미적지근하게 과거를 바라보기로 했고, 일련의 사건들을 잊지는 않아도 이전만큼 상처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현재의 고민이라면 자격증 공부가 영 마음같이 되지 않는다는 것, 운전을 안해버릇 하니 까먹어 간다는 것,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나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 정도다. 완벽한 일주일은 언제쯤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