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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Song May 07. 2020

사라져 가는 삶을 붙들기 위한 기록

남들도 똑같겠다 싶지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아이를 낳고 만 2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없는 것 같다는
너무 흔한 육아 레퍼토리를 글로 옮기자니
더 초라한 것 같고
그냥 소소한 일상이라도 그리고 내가 보는 우물 안 세계라도 누군가와 공감하고 싶네


흔하디 흔한 하루가 내 삶이라니


"나는 다를 줄 알았는데...

회사를 다녀도 결혼을 해도 애를 낳아도

조금은 창의적으로 삶을 꾸려나갈 줄 알았는데

고개 들어보니 모든 게 틀에 박혀 이도 저도 못하는

제일 흔한 매일을 사는 사람이 돼버렸다."


진부한 워킹맘의 고충을 토로하고

회사를 욕하고 맘에 안 맞는다고 속상해하고

이 모든 일이 다 남 탓인 양 생각하며 화병을 키워간다는 게


Let's stop it, just spit it out.




몇 년 만에 평일에 이태원에 갔는데

아 글쎄 봄꽃 같은 20대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엄마 웃음이 나더라

뭔가에 줄 서서 식당 주문도 하고

여성스러운 원피스에 닥터마틴 신발을 신은 것도

우주복 스타일에 긴 머리 마치 은하철도 999 메텔인 듯

하지만 얇은 화장 속에 올라온 여드름도

모두 낯설고 내겐 없었던 것 같은데

가만 생각하니 오렌지 머리에 힙합 청바지를 입고

온 세상이 내 맘대로 될 가능성이 많다는 희망 속에

살던 나의 20대가 떠오르더라

그 어느 시점의 나도 잘못한 건 없지만 다만 그런 내가 존재했단 사실은 쉽게 잊게 된다는 건 사실인 듯


지금의 나는 내 삶을 돌이킬 수 있다면

진정 화려한 싱글이고 싶다

외로움 없는 온전한 존재이고 싶다

호르몬 변화는 있어도 감정 기복은 심한 사람이 아니고 싶다

남을 생각하기에 앞서 내가 우선이고 싶다

자책하기보다 나를 위해주고 싶다

사랑에 목매기보다 나를 가꾸는 사람이고 싶다

가치관이 반영된 삶을 살고 싶다

우선순위를 아는 지략이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남에게 폐를 종종 끼쳐도 괜찮은 줄 알고 싶다

남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말이 아닌 진심으로 그리고 머리로 아는 사람이고 싶다


혹시나 아직 나를 변화시킬 시간이 많다는 사람에게 나는 당장 내일 지구 상에 내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생은 안타깝지만 뭔가 글렀다 이미.


하지만 태어났으니 우선은 일어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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