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는 거울 - 아이
왜 엄마들한테만 잘 못 했다고 해요?
아빠들은 책임없나요?
제가 뭘 그렇게 잘 못해서 매번 혼나는 거죠?
대국민 육아 박사이신 오은영 박사님에서부터 많은
육아 심리 치료 상담가들은 대부분 아이로 인한
상담이 시작되면 부모 상담/ 부모와의 관계/ 아이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조언을 해준다.
그런데 가끔 티비를 보지 않고 요약된 기사를 보면
금쪽이가 달라졌다고 하면서 그 과정에서는
부모(특히 엄마)의 노력과 끈기 여부에 따라 아이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사실 가끔, 육아로 인해 스트레스가 극도에
다다를 때 이런 글을 보면 정말 벽에 대고
소리 치고 싶다.
"어, 뭐, 다들 얼마나 잘났길래 나만 가지고 그래,
내가 엄마인 게 내 탓이야?
나도 사람이라고, 왜 매번 애만 감싸고,
왜 애가 이상한 게 내 탓인 건데!"
(속 시원하네)
사실 아이를 볼 때마다 내가 스스로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은 아마도
내면의 나의 아이를 자꾸 건드리기 때문인 듯 하다.
사회적 기준과 내가 바라는 모습을 어느 정도
플레이도우 섞듯이 섞어서 (찰흙은 안됨, 잘 안 섞임)
적당한 스프링클도 뿌려 기껏 오랜 시간 정성껏
만들어 놨는데, 자꾸 나보고 이상하단다.
사회가. 아이가. 남편이.
(그나마 남편은 요즘은 내가 좀 이해가 된다고 한다.?)
제일 속상한 건 아이와 둘이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내 속의 아이가 자꾸 나와서 내 아들과 싸우기 바쁜데,
주변에서는 내가 받아본 적 없는 무한한 이해와
끈기 있는 지지와 무조건적 사랑을 자꾸 베풀라 한다.
가끔 (내가 기분이 좋고, 호르몬이 안정적이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때) 아이와 놀아주거나 같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나면 정말 세상 뿌듯하고
내 스스로가 성장한 기분이 든다.
사실 그럴 때 아이도 나에게 한 발 더 다가와 나를
진심으로 의지하면서, 스스로 청개구리처럼 굴고
싶은 마음을 한 발짝 물러나는 게 느껴진다.
어떤 날은 (신랑 하고 싸우고,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고 등) 내가 아이와 놀아주면서도 어제와 똑같은
일인데 짜증을 내고, 표정을 찌푸리고, 그냥 이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라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아이가 뒷걸음치는 게 느껴진다...
예민한 엄마라 이런 게 눈에 보이고 그게 너무 슬픈데
감정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어떤 때는 일부러 안 하는
듯도 싶다만... 지금의 나를 보듬을 시간도 없는데
남을 배려해 더 참으려니 한계가 온다.
그런데 결국, 아이와 부대껴보니 아이는 학교와
학원과 같은 사회적 바운더리 외에는 나랑 있는
이 시간을 통해 다음날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 정말 엄마만 문제냐고 부정하고 싶지만,
내가 한 걸음 노력하면 아이는 정직하게 한 걸음
다가오는 게 보인다.
아니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을 보고 있자면
두세 걸음도 단박에 회복되는게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게 아빠일 수도 있겠지만 본능적으로 누군가와
멀어질 위험을 감수하라면 누구든 엄마를 먼저 선택할
것 같다. (인간의 의식주를 엄마가 주로 담당하니 생존 본능이 아닐까... )
내가 정말 듣기 싫은 말들 시리즈는,
"엄마가 아이에겐 전부잖아요.
엄마는 우주예요.
애랑 엄마 둘 중 하나는 어른 이어야지요."
인데, 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참 속상하다.
그나마 지금의 나는 스스로 완전주의/ 예민/ 약간의
강박을 스스로 갖고 있다고 나를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리고 이런 사람은 아이와 있더라도
본인만의 숨 쉴 공간(라디오, 음악, 모바일, 티비 등등)
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일부 글들을 보면서 위안을
삼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인데 겨우 다섯 살인데 난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지쳐하고 있다. 단거리였으면 벌써 진
게임인데 장거리니까 나와 아이 같이 보듬으며
조/금/씩/만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항상 잘 못하는 것 같아 괴롭지만, 아들아,
가아 끔은 너에게 진심으로 온 힘을 다하는 거 알지?
그것만 잘 기억해주면 좋겠네 :)
이것조차 이기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