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 수업 때 '아름다울 미 美'를 배우면
https://youtu.be/SNn_H_Q2moo?si=gRcjPW4HwkVsCi70
악동뮤지션의 신보 "개화" 중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에서는 '아름다움'을 결과가 아니라 상태로 정의 내린다. 무엇이 슬프다는 것은 기쁨의 작용이 앞섰다는 걸 의미하므로, 둘은 짝꿍인 거고 인생에서 우열 없이 그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 사회가 강요하는 열정, 긍정, 밝음이 아니어도 사랑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나의 삶과 상황을 평가하지 말으라고 한다. 그리고는 마치 "그래도 그런 감정들은 겁이 나는 걸요?"라는 듣는 사람의 질문이 노래 중에 생략된 것처럼 질문에 답한다. "쫓아내지 말고 품어 주어라, 겁내지 말고 마주 앉아라." 노래의 마지막은 첫 소절과 비슷하게 부르며 마무리되는데 계속 다음 소절을 부를 것만 같다. 드라마 열린 결말처럼. 그다음은 듣고 있는 너희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라며 인생의 키를 우리에게 쥐어준다. 2026년의 '아름다움'은 악동뮤지션이 정의 내려준 것으로 가자
수천 년 전 중국 땅에서의 아름다움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살았던 지역의 '황허 강'은 사실 고대 문명을 만들어 낸 큰 강 중 가장 지랄 맞은 강이었다. 강이 바꿔놓은 물줄기를 시기별로 살펴보면 이런 위험요소에도 고대 중국인들은 왜 근처에 살았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상류에서 내려오면서 가속도가 붙어 엄청난 속도와 유량으로 강바닥의 영양분 풍부한 황토를 하류에 철푸덕 내려준 덕분에 수확량이 다른 곳에 비할 수 없었겠지. 요즘 투자 용어로 하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랄까? 자연의 위대함을 모든 감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던 그곳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신의 뜻을 경청했다. 거북이 배딱지와 소 넓적다리 뼈에 홈을 파고 열을 가해 금이 간 형태를 신의 응답으로 해석하고 앞날을 결정했다. 사실 신없이 오로지 인간의 선택이라 하더라도 장단점이 공존하고 미련은 남게 마련일 것이다. 좋은 결정이라면 신의 응원을 챙기고, 나쁜 결정이라면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조심하면 될 일이다.
그들은 점을 해석한 결과는 점친 재료에 그대로 적어두었는데 그것이 훗날 한자의 기원이 되는 갑골문이다.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 또는 두 사람이 등을 기대고 있는 모습, 산이 우뚝 서 있는 모습, 처마 밑으로 비가 내리는 모습, 심지어 거북이 발과 꼬리까지 문자로 만들어 놓은 모습까지 갑골문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름다울 미 美'에서 아이들과 머물러본다.
상형문자로 해석하면 사람(大)의 머리 위에 양의 뿔이나 가죽(羊)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으로 제사나 축제 때 화려한 장식을 한 사람을 가리킨다.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화려함, 도드라짐 등과 연관되는 해석이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제안해 본다. 양양 羊 + 큰 大가 합쳐진 회의문자로 해석해 보자고. 그러면 "양이 크다"가 된다. 그게 왜 아름다움과 연관이 있냐는 표정의 아이들에게 농경과 목축을 기반으로 신에게 제사 지내는 삶을 살았던 고대인들에게 자기들이 손수 지은 가축 울타리 안에 양이 가득한 모습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겠냐고 질문한다.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금요일 저녁, 식탁이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로 가득할 때 나는 세상이 어떻게 보겠냐고. 양이 많고 큰 게 아름다움과 무슨 상관이냐던 아이들은 그게 그렇게 연결되네.. 하는 표정으로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거다"라고 답하고 만다.
먹을 게 풍성하여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아름다움으로 정의한 고대 중국인들의 마음이 너무너무 인간다워서 짠하고 또 동시에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해 내는 위대함을 느낀다고 덧붙이니, 한 녀석이 손들고 묻는다. "선생님 mbti F세요?" ㅋㅋ "응. 선생님 대문자 F야." 하니 엄지 두 개를 치켜올리며 쌍따봉을 날려준다. 그런 게 아름다움이어서 참 좋다. 그리고 궁금하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악동뮤지션이 말하는 아름다움을 지금의 15살은 언제 이해하게 될는지.